9. IUI (Intrauterine insemination)의 시작
PCRM리셉션 언니는 우리들의 서명을 필요로 하는 서류들과
IUI시술 내용 및 처방받을 수 있는 약물 종류들에 대한 메일은 나중에 보내주기로 하고
시술에 필요한 약은 오늘부터 시작해야 하므로 약 처방부터 먼저 해주기로 했다.
어떤 약을 얼마나 처방받을지 미리 알지도 못한 체
속으로만 ‘약값이 꽤 나가겠구나...’ 라면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집 근처에 가까운 약국 주소를 불러달라고 했다.
‘처방약은 보통 환자가 집적 약국에 처방전을 제출한 뒤 받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냥 메일로 받아서 프린트 한 걸 직접 약국으로 가지고 가도 돼?”
“안돼. 이건 환자가 직접 들고 갈 수 없는 거야. 우리가 네 근처 약국으로 직접 보내줄게. 나중에 약국으로 직접 찾으러 가면 돼.”
여긴 환자보다는 병원을 더 신뢰하는 걸까?
처방전을 Fax로 그들끼리 주고받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캐나다에서 약국 (Pharmacy)은 주로 Safe on foods 마트나 Costco 안에도 있는데
일단은 집 근처 쇼핑몰 안에 Safe on foods가 있어서 그곳 주소를 불러 주었다.
몇 시간 뒤, 리셉션 언니가 보내준 메일을 보고 한참을 당황해했다.
시술 시 사용되는 약물들 종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아니, 이약들을 다 처방해준다는 건가?’
‘한국에서는 주사제도 쓴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주사제를 처방해주면 난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데’
압도되는 약물 리스트에 주눅이 들었다.
오후 3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기 Madison몰에 있는 Safe on foods 안 약국인데, ***맞니?
“어 맞는데..”
“PCRM으로부터 네 처방전을 팩스로 받았는데 언제 올 수 있니?”
“5시 퇴근이니까 걸어서 30분 전까지는 갈 수 있어.”
“그럼 그때까지 네 약 준비해 둘 테니까 와서 가져가. 꼭 네가 직접 와야 해”
‘아, 약물이 어마어마하게 많은가 보다... 그래서 병원에서 직접 처방전을 보내줬을 수도 있겠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나는 퇴근하자마자 바로 Safe on foods로 향했다.
약국에 도착하니 Pharmacy Assistant 가 내 신분증과 얼굴을 재차 확인한 뒤
추가적으로 나한테 신용카드까지 보여달라고 했다.
이런 경우를 ‘Second ID Check’이라고 하는데
보통 Liquor store에서 술을 살 때나 가끔 요구하기도 하지만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더 어려 보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Second ID check은 처음이었다.
‘뭔가 있구나....’
모든 신원 확인이 끝난 뒤.
Pharmacy Assistant는 정말 비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치 영화 속 요원이 되신 것 마냥 은밀하게 내 처방약을 가져왔다.
“너 지금 생리 중인 거 맞지? 생리 첫째 날 맞지?”
“응 맞아”
“임신이 아닌 거 확실하지?”
“응 아니야”
“절대 이 약들을 다른 사람 주면 안 되고 매일 같은 시간에 한알 씩 먹어야 해”
“알았어.”
“하루도 빼먹지 말고 이 약 다 먹어야 해. 그리고 혹 부작용이 생기면 바로 병원이나 약국 혹은 응급실로 가서 바로 알려야 해”
“알았어..(제발 계산 좀..)”
정말 신신당부를 하면서 약을 조심스럽게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말이 더 길어질까 봐 받자마자 바로 결제를 했다.
약값은 회사 보험 적용되기 전 ‘$38.43.
회사 보험 적용 후 $7.69.
‘어라? 너무 저렴한데??…’
007 미션 같은 약 받기가 끝나고
나 또한 비장한 표정으로 미션 봉투를 열었다
‘황당’
내 손에는 오직 래트로 졸 (Sandoz-letrozol) 알약 9개뿐 밖에 없었다.
이약은 유방암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에스트로겐인데
에스트로겐을 잡아주면서 더 많은 에스트로겐을 생성하게끔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첫 IUI 시술에 필요한 약 전부였다.
‘알약 9개뿐...’
아니 그럼 메일 속 수많은 약물 리스트는 뭐였으며,
고작 이거 주려고 아까 그분은 그렇게 나를 붙잡고 설명한 건가!?
허무함이 밀려왔다.
‘참, 심플하다...’
그럼 이 약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나의 첫 IUI 과정은 이러했다.
1. 생리 기간 동안 이 약을 먹고
2. 10~14일 정도 즈음. ‘내 돈 내 산’ 배란테스트기를 매일 같은 시간에 확인한 뒤
3. 육안으로 두 줄이 확실하다 싶은 바로 그날, 아침 7시에
4. PCRM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IUI시술 예약을 하면 되는 것이다.
물은 셀프도 아니고
무슨 ‘IUI는 셀프’인 거 같지?
여긴 초음파 검사도 없는 건가??
$650이란 큰돈을 들여서 시술을 하는데
무슨 담당의사의 초음파 확인도 없고
배란테스트기만을 믿고 내 배란일을 내가 결정해야 하다니..
솔직히 말하면 실망이었다.
대실망.
‘혹시라도 배란일을 놓치면 어떡하지?’
‘시중에 판매하는 배란테스트기를 믿어도 될까?’
점점 커지는 불안한 마음에 나는 평소 사용하고 있던 원포, 한국에서 사 온 스마일 베테기,
그 이 외에도 6개의 약 5만 원 상당하는 고급 배테기도 구입해서 총 3종류 모두를 사용했다.
3종류 모두 같은 굵기를 자랑하던 대망의 그날.
난 불안감을 숨긴 채.
아침 7시에 병원에 전화해서 시술 예약을 잡았다.
간호사는 쿨하게 짝꿍이는 1시, 난 3시에 오라고 했지만 우린 함께 1시에 갔다.
코로나로 인해 내부는 동선 및 자리 간 간격 유지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예약된 환자들만 와서 그런지 매우 쾌적하고 조용했다.
리셉션으로 가서 접수 하자, 바로 우리에게 시술비용 650을 먼저 결제하라고 했다.
시술비용에 포함되는 사항은,
Sperm Wash & Intrauterine Insemination (IUI).
피 같은 내 돈.. 650불..
그래도 이렇게 해서라도 아기 천사가 오기만 한다면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슬퍼하고 있는 내 옆으로 너무나 긴장을 하고 있는 짝꿍 이를 보니 너무 안쓰러웠다.
15분 뒤.
짝꿍이 차례가 와서 어느 간호사가 짝꿍 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긴장하지 말고 잘 갔다 와요..”
“갔다 올게요…”
안쓰러운 것도 잠시..
10분, 20분, 30분 흘러도 이 사람이 도통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무슨 일 있나..’
슬슬 걱정이 밀려오던 참에 들어간 지 약 45분 후.
땀범벅이 된, 파랗게 질린 얼굴의 짝꿍이가 힘없이 터벅 터벅나왔다.
“괜찮아요??? 난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요”
“자리도 불편한데 밖에 사람들 돌아다니는 소리, 말소리 다 들리고... 더 긴장되니까 힘들었어요.. 오늘 무조건 해야 한다는 압박도 느껴져서...”
“고생했네... 안 아파요?”
“조금...”
우리 둘 모두 행복하자고 아이라는 목표를 향해 같이 가는 건데,
저리 힘들어하는 짝꿍을 보자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이는 나만의 욕심인가..’
3시.
내 차례가 되었고 간호사분이 혈압을 체크해줬다.
추가로 임신에 필요한 비타민들을 매일 잘 챙겨 먹었냐고 묻길래 너무 잘 챙겨 먹는다고 답했다.
시술실 안으로 들어가자 본인을 RN(Registered Nurse)이라고 소개한 간호사는
한 시간 전 힘겹게 나온 짝꿍이 꼬물이들 검사결과지를 갖고 왔다.
모두 정상이었고
튜브에 적힌 짝꿍이 이름과 일련번호를 재차 확인해 주었다.
‘근데, 시술은.. 간호사가 하나?’
‘Special Doctor, Dr. Ken이 해주는 거 아닌가..?’
그 귀하신 분 얼굴 한번 뵈려고 했는데..
간호사 언니는 모든 확인이 끝나자마자 바로 나보고 누으라고 했다.
‘오시겠지.. 오실 거야’
이런 나의 간절한 바람과는 다르게
간호사는 바로 가느다란 관을 갖고 와서 바로 시술을 시작했다.
순식간이었다.
친절한 간호사 언니는 나보고 30분 정도 천천히 누워서 있다가 가라는 말과 함께
나가버렸다...
‘스페셜 닥터는 왜 스페셜인 걸까?’
‘바쁠만한 일이 있을까?’
‘리셉션이 전화로 설명해줘, 시술도 간호사가 다해..’
‘왜 그대는 스페셜입니까?’
아무도 없는 시술 방.
시술대에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으니 괜스레 눈물이 펑펑 났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그 오랜 시간 참고 참아 왔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끝나버리니 허무하기도 하고..
그러다 문뜩.
내 처지가 너무 처량하다 느껴졌다.
내 인생 모토.
‘남들처럼 평범하게’
아기가 자연스럽게 생겼다면 이런 서러움도 안 느꼈을 텐데...
내가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너무너무 안되어 보여서...
그냥 내가 나를 꼭 안아주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
한 시간 정도 누워 있고 난 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너무 한 자세로 누워 있었고 무엇보다 밑이 너무 휑하니 추웠다...
(여자는 밑이 따뜻해야...)
그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짝꿍이 와 나는 서로 조용했다.
서로의 손을 살포시 잡으면서 ‘맛있는 거 먹자’, 그 말 한마디로 서로의 마음을 전한 것 같았다.
2주 뒤 피검사만 남았다.
부디 더 힘겹게 가지 말고 이번에 잘 되기를..
다음.
캐나다에서 시험관 시술을 한다면 대략 비용이 얼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