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폭삭 망했다.
22년 10월부터 웹소설 무료연재를 했었다.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연재하는 거였으면 좋았겠지만, 취미생활로 시작한 웹소설 연재였다. 처음엔 취미생활이었지만 하면 할수록 진심이 되어갔다.
그래도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한 작은 플랫폼에서 나이대별 무료연재 랭킹 1위를 했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1위를 해봤으니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때부터 내 하루는 웹소설로 시작해 웹소설로 끝났다.
매일아침 순위를 확인하고 순위권에 들어가지 않으면 내 글에 문제가 있나 다시 한번 살폈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고 끝끝내 완결까지 지었다.
그런데도 망했다고 생각하는 건... 생각한 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였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맛있는 녀석들의 한입만'정도면 배가 부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매회마다 조회수를 확인했는데 처참했다. 세자수가 넘어가는 건 20화 정도까지였다.
그것도 소제목이 약간 자극적이라 그랬다. 힘이 빠졌다.
이 상태면 '아, 힘들어. 이젠 안 써야지.' 싶기도 하지만 웬일인지 다음작품은 독자들이 원하는 소재와 캐릭터로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는 말이다.
인기리에 완결을 낸 다른 작품들을 찾아봤다. 자극적이면서도 다음화를 기대하게 했다.
캐릭터들도 톡톡 튀었고 에피소드들도 매회 흡입력 있었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들과 캐릭터였다.
'난 어땠지?' 다시 한번 내 소설을 정주행 했다. 정말 웃기게도 자극적인 요소 없이 현실적인 요소들만 가득했다. 현실에 있을 법한 배경과 인물, 지극히 평범한 에피소드들. 현실적이지 않은 것들은 내 글에 없었다.
빗속에서 강동원을 만나는, 촛불을 불면 공유가 나오는, 대신 나간 맞선에서 안효섭이 나오는 그런 일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수필과 소설, 그 비좁은 공간에 끼여있는 느낌이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평양냉면 같은... 평양냉면을 한 번도 먹어보진 못했지만. 그런 느낌적인 느낌.
마라탕 4단계를 먹는 사람이 마라탕 0단계를 먹는 느낌. 그런 심심한 느낌.
그래도 마니아층은 있었다. 꾸준히 봐주는 독자도 있었고 댓글을 달아주고 캐릭터와 동화된 독자도 있었다.
나와 같은 감성을 가진 분들은 있었다. 그분들을 위해 계속 썼다.
완결을 목표로 달렸지만, 정말 완결을 낼 줄은 몰랐다. 심해작이었지만 뿌듯했다.
무턱대고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호되게 당했지만 4개월 동안 재미있었고 깨달은 바도 있었다.
내가 만든 세상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이토록 즐거운 일일 줄이야.
새롭게 구축할 내 세상에선 약간의 픽션과 자극적인 소스도 가미해 봐야겠다.
그래도 내 성격상 현실세상과 크게 벗어나진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