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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아민 Aug 31. 2024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익사하다.

매일이 선택의 연속이다.

그것도 날 위해서가 아닌 아이를 위해서.


아기가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난 수많은 선택을 해왔다.

먹는 거 입히는 거 자는 거 노는 거...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혼자서 해왔다.

그러다 보니 육아정보가 절실히 필요했고,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을 줄기차게 수집했다.


처음 접했던 건 수면교육.

음, 망했다. 완전 망했다.

쉬닥법, 아닥법, 안눕법, 퍼버법...

내가 잘못 적용한 걸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그저 소귀에 경 읽기, 엄마가 자기를 눕혀놓고 사라진다는 공포감만 심어줬을 뿐이었다.


그다음으로는 몸에 바르는 거.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설명 들었던,

'아기들은 피부가 예민해서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유기농으로 발라주시는 게 좋아요.'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찾아봤던 유기농 제품들... 세상에.. 비싸도 너무 비쌌다.

내가 쓰는 스킨로션만 해도 2만 원 정도인데 고작 검지손가락 길이만 한 용량이 4만 원대라고?

한참을 망설이다 유기농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쓰기 괜찮다는 제품으로 구매했다.

그래도 나름 잘 맞았는지 특별한 트러블 없이 잘 쓰고 있다.


그다음은 먹는 거.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이었다.

신생아 때부터 통잠이란 걸 자본 적 없는 우리 아이 때문에 혹시 배가 아파서 그런 거 아닐까, 속이 불편한 가..?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젖병과 꼭지에만 몇십을 들였으니 이제와 생각해 보면 좀 유난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좀 크고 나서는 이유식을 시작했는데 이때도 시판과 핸드메이드를 고민했다.

초기는 손수 해 먹였지만 먹여야 하는 재료들이 늘어날수록 내 능력으론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선택한 시판 이유식. 하아.. 뭔 업체들이 이렇게나 많은 건지.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그중 가장 싼 업체를 먹였다. 별 탈 없었으면 된 거지 뭐.


하지만... 나를 괴롭게 만든 건 간식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먹었던 간식이라곤 새우깡과 자갈치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여러 재료들을 가지고 동글동글 정성을 다하여 직접 해 먹이는 엄마들을 보며 내가 너무 편하게 애를 키우나?라는, 우습게도 일종의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도전해 봤던 치즈볼은...

아이가 목에 걸려 케켁! 하고 나서는 전부 내 입으로 들어갔다.

뭐, 다들 먹이는 떡뻥이나 아기치즈는 잘 먹는다.



가끔 혼자만의 생각에 잠길 때면 과연 그 정보들이 내 아이에게 맞는 정보였을까 싶다.

블로그나 유튜브, SNS상에서의 아기들은 덩어리 진 것도 잘 먹고 혼자서도 잘 놀고 분리수면을 해도 잘 잔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달랐다.

잘 먹긴 하지만 이가 벌써 8개나 났음에도 씹지 않고 그냥 삼키는 게 대부분이고, 밤에도 수시로 깬다. 옆에 엄마나 아빠가 없으면 잘 놀다가도 울고 개월수에 비해 몸이 커서인지 10개월인 지금도 네발기기를 못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잡고 서있거나 손을 잡아주면 곧잘 걷는다. 이건 아마 돌촬영을 일찍 해야 해서 연습시킨 게 이유인 것 같다.


여전히 나는 정보를 찾고 그중에 도전해 볼 만한 것이 있으면 아이에게 적용해 본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적응이 느리고 겁이 많은 우리 아이는 대면식을 하자마자 울음부터 터트린다.

또 그런 모습이 귀여워 깔깔대며 웃는 나지만 한편으로는 이 험난하고 쉼 없이 흘러가는 세상에서 과연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주에 처음으로 갈지 않고 작게 조각내어 포도와 멜론을 먹여봤다.

포도는 과육자체가 부드러워 혀로 질감을 느껴보다 삼켰지만 멜론은 힘들었는지 인상을 팍 쓰고는 구역질을 했다. 솔직히 작은 조각이라도 기도를 막을까 봐 불안증이 심한 나는 안절부절못했지만 어쩌면 나의 불안이 아이의 발달을 막은 게 아닐까 싶어 조금 더 작게 잘라 입안에 넣어줬다.


다행히 구역질은 하지 않았지만 입에서 오물오물하다 단물이 다 빨린, 짓이겨진 멜론의 잔해를 뱉어냈다.

그걸 보고 난 생각 했다.

'아... 겁이 많은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구나.'


맘카페에서 과일을 먹던 아이의 기도가 막혀 응급실에 갔었다던 글들을 보면서 무서웠다. 그래서 지금까지 목에 걸릴까 봐 모든 걸 갈아먹였다. 이가 8개나 났음에도 씹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아이는 기회만 있었다면 스스로 깨우쳤을 것이다. 삼켜지지 않은 음식물은 알아서 뱉어냈을 거고 그러다 그 질감에 익숙해지면 곧잘 삼켰겠지. 그걸 알아도, 그걸 알지만 난 여전히 덩어리채로 주는 건 불안하고 무섭다.



오늘도 난 10개월 아이와 노는 법을 검색하고 있다.

아이의 발달을 돕는, 국민아이템이라 불리는 수많은 장난감의 사용후기와

시중의 장난감은 너무 자극적이라 아이의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직접 만들어 쓴다는 원더우먼 엄마들 핸드메이드 장난감의 후기를 찾아보며 난 어떻게 놀아주는 게 맞을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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