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wcarver Dec 20. 2019

함께 읽기

독서모임을 시작하자!!

올해 들어 잘한 일 한 가지.

독서  모임을 시작한 일


사실 거창하게 독서 모임이라고 하기에는 친한 회사 친구 Y와 시작한 거라 조촐하다.

단순 흥미 위주의 소모적인 독서에 지쳐서 전환점이 필요했던 나와

얼마 전부터 책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한 Y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매주 화요일 점심마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의기투합하고 단 둘 뿐인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나는 지독하게 소설을 편식한다. 인물과 스토리 위주로 흘러가는 소설은 재밌고 술술 잘 읽힌다. 그래서 당연히 누구나 소설을 좋아하고 잘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Y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에세이나 인문 서적을 주로 읽는다고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상당히 편협했던 6개월 전의 나는, 소설은 누구에게나 재밌고 잘 읽히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물과 스토리가 누군가에게는 몰입하기 힘든 장르일 수도 있다. 딱딱하고 해설적이어서 내게는 어려웠던 인문 서적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일 수 있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취향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 책 선정에 있어서 다양성을 취할 수 있었다.


7월부터 시작한 모임을 통해 지금까지 총 12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  

펼친 적은 많아도 한 번도 완독은 해본 적 없었던 인문학 책을 몇 권 완독 했고, 읽으려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과학 서적을 읽고 뜬금없이 과학에 빠져들었다. 이제는 내가 과학 서적을 읽자고 하고, Y 가 고전 소설을 읽자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5개월을 함께 끙끙거리면서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해왔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재미는 3가지다.


책 선정에 있어서, 나의 취향과는 전혀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다.
함께 읽음으로써 무조건 읽게 된다.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고, 생각한 걸 표현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왔지만, 사실 독서는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아주 다른 결과를 도출한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취미일 수도 있고, 창의성을 기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또는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이제까지 독서는 나에게 즐거움, 취미였다. 읽을 때는 몰입하고, 재밌었지만 신나게 후루룩 읽고 몇 개월이 지나면 깡그리 휘발되었다. 꽤나 많은 책을 읽었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었고,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독서에 지쳤다. 이제는 책 읽기에서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 싶었고,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누군가와 책을 같이 읽을 때, 독서에 대해 약간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그러한 긴장감이 나쁘지 않았다. 혼자라면 완독 하지 못했을 책들을 함께라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대화하기 위해 생각을 하게 되고, 내용을 정리하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책을 읽어왔던 그 어느 시기보다도 성실하게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고 있다. 요즘은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재밌다고 느낀다. 월요일 저녁에는 내일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해본다. 10년에 가까운 직장생활을 하면서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모두 반복적인 업무와 일상적 삶에 갇히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모임을 통해서 함께 읽고, 대화하면서 많은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반드시, 독서 모임이 아니라도,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년에도 열심히.





 
















 


매거진의 이전글 고요하고 평온한 공간을 찾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