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아플 수 없는.
요 근래 6개월 둘째의 잠이 순탄치 않다. 예민해서 늘 안아재워야 했던 첫째와는 달리 눕혀놓으면 뒹굴뒹굴 혼자서도 잘 자던 둘째였다. 이런 효자가 다 있나 했는데, 역시 아기는 아기였나보다.성장통, 이앓이, 원더윅스 등등 여러가지를 의심해 보며 밤을 지새우는 나날이다. 둘째가 부시럭거리며 깨고 울기 시작하면 첫째가 덩달아 깬다. 엄마 없이는 못자는 첫째는 깨면 무조건 엄마 팔을 찾고, 엄마 팔이 잡히지 않으면 울음의 데시벨이 점점 높아진다. 그렇게 잠에서 자주 깨는 둘째와 덩달아 깨는 첫째 사이에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회사를 다니다 보니, 어제는 진짜 피곤해서 죽겠다 싶었다.
(나의) 엄마에게 하루만 둘째를 재워달라고 부탁하고, 첫째와 잠자리에 들었다. 첫째도 종종 깨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더 잘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두시간 쪽잠 자던 것을 세네시간 마다 깨어가며 꽤나 잔 것 같은데, 새벽에 일어나는데 몸이 너무 아팠다. 기껏 엄마가 어제 둘째를 재워주었는데 아프다고 말하기도 민망해서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나섰다. 출근셔틀에서 비몽사몽 자고 회사 근처에서 내리는데, 회사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길을 걷는게 너무 힘겨웠다. 온몸이 심지어 갈비뼈 사이사이까지 다 쑤시고 아프다. 아,, 몸이 녹아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인데, 정말 흐물흐물 녹아서 바닥에 딱 붙어서 잠만 잤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평소보다 두배는 느린 걸음으로 회사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아서 간신히 시간을 버티는데, 등이며 다리며 온몸이 쑤시는 덕에 어지간히 꼼지락 거렸나보다. 옆에 앉은 이가 “ 어디 아프세요? 평소에는 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일만 하는데, 오늘은 계속 움직이셔서요.” 한다.
결국 반차를 쓰고 집에 와서 타이레놀 두 알을 우겨넣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해본다.세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멍하고 힘은 없지만, 근육통이 좀 가라앉고 살만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앉아있으니, 잠에서 깬 둘째와 어린이 집에서 하원한 첫째가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한다. 아니 나는 아파서 집에 왔는데? 이제 막 회복 중인데? 그런걸 봐줄리 없는 아이들은 집에 일찍 와 있는 엄마에 신이 나서 더 안기고 놀아달라고 보챈다. 그렇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니 금새 일곱시,, 아이들을 빨리 재우고 나도 쉬자 생각했으나, 자지 않고 보채는 둘째, 울다울다 토를 해서, 옷을 갈아입고, 또 잠잠한가 싶더니 울다가 다시 토, 다시 옷을 갈아입고, 아빠한테 안겨서 너무 울길래 내가 안았는데, 안기자마자 왈칵 토토토, 옷과 이불까지 전부 버렸다. 그렇게 옷을 세 번 갈아입고, 이불 빨래를 하고, 아이들를 재우고 나니 열두시다.
선배 엄마들은 늘 말했다. 아이구 그때가 제일 힘든데. 어쩌냐고. 그렇다. 엄마가 되고 보니, 그것도 아이 둘의 엄마가 되고보니 너무나 피곤하다. 아이들의 웃음과 성장을 보는 뿌듯함 뒤에는 늘 엄마의 피로가 자리잡고 있다. 살면서 피곤한적이 많았지만, 이렇게 피로해본적은 처음이다.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삶의 가장 기본인 잠부터가 내 것이 아니고, 아이 육아의 뒤에 따르는 자질구레한 각종 집안일, 그리고 비중있는 아이 돌보기와 놀아주기를 하다보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 직장생활까지 하면 더 말할 것이야 무어겠나.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인가 늘 고민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자라나는 시간이 약일 것 같다.그때까지 버티고 또 버티는 수밖에. 오늘 또 하루의 피로를 뒤로 하고, 언제 깰지 모르는 얕은 잠을 청해본다.
덧) 그럼 아빠는 무얼하나?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빠는 그래도 아이들을 잘 봐주는 아빠다. 보통은 아이 하나씩 맡아서 돌보지만, 밤이 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원래가 잠이 얕고 잘 깨는 나, 한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아빠. 원래 둘째는 아빠 담당이지만, 아빠가 정신 차리고 둘째의 우유를 타러 가는 그 긴 텀에 둘째의 울음이 높아지고 첫째가 같이 깬다. 그러니 둘째가 뒤집기만 해도 잠이 깨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새벽의 뜬눈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