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의 크리스마스, 그라나다

* 한 녀름의 크리스마스 EN NICARAGUA.

by slowcarver
안녕, 크리스마스.


니카라과에서 맞이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크리스마스, 무엇을 할 것인가?!

이미, 이브의 뼈 아픈 실패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북적이는 크리스마스의 인파는 포기했다.

다만, 그라나다는 니카라과 최대의 관광지이므로, 아무래도 문을 연 가게도 좀 있을 것이고,

길을 헤매는 외국인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 하에 그라나다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다.


이전 글에서 그라나다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그라나다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 스페인의 주도 하에 계획적으로 발전된 도시이다. 레옹과 더불어 니카라과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이며, 부르주아 세력이 우세했다. 수도 선정 당시, 그라나다와 레옹이 전쟁까지 벌이며 수도 경쟁을 벌였고, 결국은 중간 지역인 마나과가 수도가 되면서 분쟁이 마무리되었다. 현재는 니카라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그라나다 외곽은 예상대로 거의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메인 거리로 들어오니 조금씩 문을 연 가게가 보인다.

내리쬐는 12월을 햇살을 받으며 모처럼 한적한 그라나다 거리를 산책했다. 그라나다 거리가 이만큼 느긋한 일은 별로 없다. 니카라과 내에서 관광지도 제일 유명한 곳이 그라나다 > 레옹 이기 때문에, 항상 외국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현지인들도 많이 오기 때문이다.


그라나다의 핫 플레이스 - Calle La Calzada

그라나다에서 관광객이 제일 많이 찾는 거리가 [까예 라 깔 싸다]이다.

Central 공원과 그라나다 대성당으로부터 시작되는 길은 일직선으로 쭉 니카라과 호수까지 이어진다. 이 길의 양 옆으로 각종 레스토랑과 bar, 기념품 가게, 스페인어 학원, 가죽 공방 등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알록달록 예쁜 건물의 색깔, 독특한 모양의 예쁜 문들도 볼거리다. 보통 건물이 높아봐야 3층이기 때문에 낮은 건물 사이로 길은 호수와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이어진다.

공원에서 호수까지 2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이 짧은 길이 이 나라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는 것은, 어째서 중남미 배낭 여행자들이 니카라과를 거쳐가는 나라 정도로 생각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예이다. 뭐.. 어찌 생각하면 중미 최빈국의 입장으로서 이 정도면 감지덕지 인지도 모르지만.


이 거리의 매력은, 일종의 스페인스러움. 유럽 분위기가 20%, 늦은 밤 선선한 날씨에 더욱 빛을 발하는 야외 테라스의 흥겨운 분위기가 30%, 단거리 내에 있는 바다 같이 드넓은 호수의 정경이 30%, 기타 등등이 아닐까 싶다. 스페인의 주도 하에 발달된 도시인만큼 유럽 분위기인 데다가, 니카라과의 화려한 색깔이 만나, 그라나다만의 독특한 거리 풍경이 탄생했다. 단점은, 에어컨 있는 가게가 거의 없는 폭염 지대라는 것. 실내에 들어가도 낮에는 호수 바람에 열기를 식혀야 한다. 밤에는 호수 바람의 선선함으로 거리의 레스토랑은 수다와 맥주 파티로 활기를 띤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그라나다는 거의가 밤거리다.

2015-12-31 15;20;11.PNG 그라나다의 메인 스트릿 - 까예 라 깔싸다.
IMG_7653.JPG 아니나 다를까. 한적한 크리스마스의 그라나다. 이곳이 바로 니카라과 가장 번화한 관광거리라니!!
IMG_7668.JPG 그라나다 거리를 달리는 관광마차. 꽃리본을 달고 달리는 말의 모습이 어쩐지 처연하다.
IMG_7678.JPG 그래도 누군가는 거리에 머문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는 현지인들, 산책하는 소소한 이들.
IMG_7656.JPG 문을 연 작은 갤러리.
IMG_7657.JPG 그라나다의 예쁘고 독특한 문들도 볼거리다. 그라나다의 볼거리로 [PUERTA : 문]가 소개될 정도..
IMG_7659.JPG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Guadalupe 성당. 이 성당을 지나면 호수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호수의 나라, 니카라과 호수 (Lago de Nicaragua)

메인 거리를 따라 니카라과 호수로 내려갔다. 참 오랜만에 걷는 거리다.


그라나다에 붙어 있는 (아니 호수의 크기를 생각했을 때, 그라나다가 호수에 붙어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니카라과 호수는 중미에서 가장 큰 담수호이며, 세계에서는 10번째로 큰 담수호이다.

여기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바다 같다. 한국에는 이만한 크기의 호수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걸까 싶다가도, 저 파도와 호수의 수평선을 보면 '이건 바다야'라는 생각이 든다. 바람은 정말 미친 듯이 분다. 마치 바닷바람처럼.

이 곳 그나라다 공원엔 외국인보다 현지인이 더 많다. 이들은 호숫가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가를 즐긴다. 크리스마스인데도 거리를 걷는 내내 땀이 뻘뻘 이었는데. 호숫가에 오자마자 전부 바람에 씻겨나간다. 대신 엄청난 벌레 떼에 기겁을 했는데, 현지인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IMG_7680.JPG 호수가로 가는 길. 널찍하게 공원 조성이 잘 되어 있다.
IMG_7686.JPG 어딜가도 빠지지 않는 그래피티. 아늑한 벽돌벽에 어설픈 실력의 그래피티- 느낌이 좋다.
IMG_7689.JPG 바람,바람,바람. 호숫 바람에 야자수 나뭇잎이 꺽어질 지경이다. ^^
IMG_7692.JPG 저 일렁이는 희 파도거품을 보면, 호수의 느낌은 분명 아니다.


니카라과에서 크리스마스에 하는 일?

평소에는 호수변의 짧은 공원만을 산책하는데, 이번엔 왠지 저 문을 지나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니카라과는 어느 곳이든 사람이 많은 곳이 별로 없다.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고, 빈국이다 보니 사람들이 주로 집이나 집 근처에서 여가를 즐기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그러나다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 있다니!! 문을 지나 걷다 보니, 호숫가에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아놓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심지어 호수에서 수영을 한다! 니카라과 호숫물이 깨끗하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물이야 어떻든 말든 어린아이며, 어른이며 물놀이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아, 크리스마스에 호수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니. 상당히 니카라과스럽다. 호수와 화산의 나라라는 타이틀에 딱 맞는 풍경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니카라과에서 이렇게 많은 현지인 사이를 걸어본다. 거의가 현지인인 거리에서 그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렇게 바람과 사람과 함께 걷는 것이 좋다.

IMG_7704.JPG 궁금했던 문의 뒤편. 니카라과스럽게 노랑노랑한 문.
IMG_7701.JPG 해변..이 아닌 호수변. 사람들이 앉아 햇살과 바람을 즐기고, 호수를 즐기고 있다.


중미에서는 최빈국이지만, 이곳 현지인들이 지니고 있는 천성적인 여유로움과 느긋함은 전혀 가난하지 않다.

바람 부는 12월의 호숫가.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걸었던 크리스마스의 햇살을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