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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수 ㅡ UX민수 Jul 13. 2022

브런치를 시작하는 이유 ①

최선을 다했지만 전부는 아니다

책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책이 나온 지 꼬박 한 달이 지나버렸다. 원고를 쓸 땐 겨를이 없었는데 탈고 후 집필 막바지, 출간 이후 삶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만이 어쩌면 유일한 호사였던 시기였다. 그만큼 애썼고, 몹시 힘들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고, 인생은 보란 듯이 나를 가르치더라. 어디 감히 미래를 넘보냐는 듯. 이제부터 하게 될 이야기는 상상과 다르게 전개된 현실 속 나의 깨달음이자 그로 인한 고백이다.




미완의 미련


책이 나오자 출간 전에는 하지도,  수도 없었던 몇몇 상상의 가지들이 이제야 뻗어 나오고 있음을 새로이 인식한다. 생각의 시작은 이렇다.


만약 내가 갑자기, 갑자기 이내 죽어버린다면? 지금 막 세상에 나온 이 책이 본의 아니게 나의 '유작'이 된다. 유작..!? 순간 생각이 턱! 하고 멈추더니 그냥 몹시 싫었다. 아무리 상상이지만 쉬이 납득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상을 한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해서 이유를 열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책에 진심이 부족했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다시 봤을 때 기준치 미만이라 여겨졌던 글과 구성을 어떻게 해서든 끌어올린 고비가 많았고, 그로 인해 약간의 아쉬움은 오히려 노력의 증표 같았기에 책에서 느끼는 후회와는 거리가 머-언 감정임은 틀림없었다. 그럼 도대체 왜, 왤까?


왠지 모를 아쉬움의 정체는, 책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 대한 미완성'에 대한 미련임을 깊게 깨닫는다.



미완성 효과


진행 중인 어떤 일이 매듭지어져야 잊을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찜찜해서 미련 때문에라도 더 오래 기억한다는 자이가르닉 효과(일명 미완성 효과), 예컨대 드라마 연속극에서 중요한 결정적 순간에 회차가 끝남으로써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도록 해 후속 시청을 유도하는 기법을 들 수 있다.


집필의 과정에서는 무사히 이 일을 완수해야 한다는 강한 목표의식만 품을 뿐이었다. 이 투철한 목표의식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경주마처럼 되어야 했다. 책을 써내기 위해서 산다고 표현해도 무색할 정도로 책만 보고 달렸다. 때문에 말 못 할 시련도 그냥 맞아야만 했다. 초보 작가다운 무식하고 미련한 접근법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고, 그 덕분에 비교적 빠르게 써낼 수 있었다.


정작 책이 나오고, 분명 장구했던 여정이 끝나긴 했지만 이상하게 끝난 기분이 덜 들었다. 매듭을 잘 지었음에도 하다가 만 느낌이 자꾸만 몰려드는 것이었다. 출간 프로모션 등 후속 활동이 남아 있기 때문인가 싶었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된다. 아껴둔 게 너무나 많다는 것을. 또한 오히려 더 큰 삶의 여정이 활짝 열려버렸음을 그저 적나라하게 확인해버리고 만다.


출간은 책이라는 원고에겐 끝을, 저자 아니 나라는 디자이너에게 있어선 어떤 '시작'의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무언가 저질러진 상태에서 이런 식으로 회고를 했을 때 드는 아쉬움은 미완성 효과 때문인지 훨씬 더 쓰리게 다가오더라. 게다가 이젠 돌이킬 수도 없게 된 마당에, 갑자기 불가항력으로 이 모든 걸 한 순간에 멈춰야 한다고 상상하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미처 안 해본 게 얼마나 많은가. 죽음을 앞두고 그런 것들이 안 아쉽겠는가. 하지만 그때 후회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그저 너무 오랜 시간을 당연하다시피 꾹꾹 참아온 나날들, 내 이름을 새겨도 될 충분한 결과물이지만 그래도 이게 끝이어서는 영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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