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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수 Aug 08. 2022

어떻게 해서 책을 낼 수 있었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출간 소식이 주변에 알려지자 회사까지 다니면서 도대체 어떻게 책을 낼 수 있었는지 그 내막(?)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조용히 사는 편인 나였기에, 이런 뜬금없는 사건이란 나라도 몹시 궁금할 법한 일이었다.




기회를 만나다


기대와는 다르게 어떤 비법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책을 내기 위한 기회를 얻고자 내가 취했던 노력은 사실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회가 날 홀연히 찾아왔다.

2021년 5월 28일, 뜻밖의 연락이 왔다.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은 것이다. 정말 신기했다. 내심 원하던 일이 바라던 타이밍에 딱 맞춰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략) 그동안의 멘토링 활동을 정리해 보고 싶던 차에 출판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 p.4 머리말 '멘토에서 저자로' 중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었을까? 당연히 세상에 공짜란 없다. 그 뒷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보유한 ‘콘텐츠’의 양과 질


'잇다'에서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라는 것을 발행한다. 이 '콘텐츠'란 실제 1:1 질의응답 중 플랫폼 측에서 보기에 내용이 좋다고 판단되면, 누구나 읽어볼 수 있게 이를 편집하여 공개하는 게시물이다. 나는 그저 5년(당시 기준) 가까이 받았던 질문에 열심히 답변만 했을 뿐이다. 근데 놀랍게도, 모든 멘토를 통틀어서 이 '콘텐츠' 보유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멘토가 바로 나였다.


일단 '콘텐츠' 기본적으로 실제로 발생한 질의응답 중에서 사후 채택되는 것이다. '콘텐츠' 발행되려면 첫째, 멘티로부터 질문을 받아야 하고 둘째, 멘토가 답변을 제때 작성  전달을 완료해야 하며 셋째,  내용이 '잇다' 에디터분에 의해 우수 콘텐츠로 선발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자기 에 마음껏 발행할  있는 일반적인 포스팅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 발행률은 아무래도 답변수가 많을수록 높아진다. 실제로도 내가 '잇다' 안에서 전체 답변수 순으로 현재('22 8.8) 3위다. 한데 내가 보유한 '콘텐츠'가, 나를 제외한 전체 답변수 Top4의 나머지 '콘텐츠'를 전부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긴 한데, 아직까지도 그렇고 당분간은 계속 유지될 것 같다.


그리하여 총 40건의 우수 '콘텐츠'가 현재 발행 중이다. 답변수 40건 이상인 멘토들의 '콘텐츠' 보유량을 살펴보니 공동 1위, 실제로는 플랫폼 안에서 가장 많은 보유량이었다. 혹시 편파성을 의심할 수도 있겠는데, 잇다 대표님의 경우만 보더라도 현재 2건의 '콘텐츠'만 발행 중이기도 하다.


이 모든 정황이 의미하는 바는 민망하게도 명시적이다. 멘티들 실제 반응은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잇다' 만큼은 내 답변글을 플랫폼에 노출하는 게 그들 운영에 더 유리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셈이다.



자연스럽게 준비하다


지금은 이렇게 브런치를 하고 있지만, 출간 전까지도 멘토링 활동과 관련해서는 각종 SNS라든가, 단톡방 같은 걸 일절 하지 않았다. 여력도 여력이지만, 이 활동이 너무 커지는 게 회사생활에 위협이 되리란 생각에 끔찍이도 스텔스 모드를 지켜왔다. 그 결과 퍼스널 브랜딩이나 자체 마케팅 수단이 전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행된 '콘텐츠'가 검색 유입을 직접 견인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받는 질문의 양도 대폭 증가했던 기억이 난다. 점차 '잇다'라는 월드 가든(walled garden)을 벗어나 외부와 연결점이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이 계속되면서 어느덧 플랫폼 안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무려 80만 자(당시 기준)에 달하는 생생한 멘토링 활동의 흔적을 보유하게 되었고, 그중 일부가 타의에 의해 채택돼 온라인에 노출 중인 상황이었다. 적어도 80만 자 가량의 내용을 잘만 압축해도 뭔가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분량상 '책'이라는 미디어가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할 것 같았다.


답변을 위해 계속 공부한 건 물론이고, 집필에 대한 생각이 있었기에 받았던 질문들을 유형별로 분석해보는 등 나름대로 FAQ를 만들어 다듬어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UX 관련 신간 서적이면 나오자마자 살펴봤고, 멘토링뿐만 아니라 각종 플랫폼에서 강사나 여러 인사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였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나를 입증할 아무것도 없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제법 어떤 준비가 된 상태라 느꼈다.



멘토링 취지와의 결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별의별 질문도 다 받아볼 수 있었다. 그 모든 게 다 나의 내공을 다져주었다. 그 와중에 이런저런 외부 제안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멘토링 활동과 결이 어긋나는 것들이기에 비록 보상이 있을지언정 내가 나서서 해야 할 이유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제안 중 출판사 측으로부터 출간 제의 또한 받게 된 것이다.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는데, 공개된 우수 '콘텐츠'와 자세히 적어놨던 내 '잇다' 프로필을 봤다는 말에 호기심을 느꼈다.


출간 제의에 대한 실제 나의 답변 중 3가지 확인 요건


현업에 UX 분야 종사자가 어디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활발하게 대외활동까지 하는 분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하물며 '잇다' 외에 대외활동이 전무하고, 출간을 위한 작가로서 아무것도 개런티 되지 않은 나를 지명했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그러면서도 마치 누군가 내 마음을 읽고 이런 일을 꾸몄나 싶을 만큼 기가 막힌 타이밍은, 집필 욕심을 하루하루 점점 싹트게 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출판사와의 첫 미팅 후 나는 집필을 결심한다. 이런 기회가 다시없을 것 같기도 했는데, 실제로도 지금까지 출간 제의는 없었기에 천운을 쓴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회사에는 HR과 임원 결재까지 공식 프로세스를 모두 밟아 떳떳한 마음으로 출판사와 계약서에 서명하게 된다.




어떻게 해서 책을 낼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멘토링 활동을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 세상에 이런 교과서 같은 일이 다 있나 싶겠지만 이게 전부다.


어떻게 보면 통념에 반하는 것 같으면서도, 상식에 따르자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같다. 어떤 요행을 바라지도 욕심을 부린 적도 없었던 나로서는 오히려 정석처럼 다가온 이 기회가,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쟁취한 기회보다도 왠지 더 값지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런 초월적인 사연이 있었기 때문에 집필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Cover Photo by Mediamodifi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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