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부조화를 바로잡기로 했다
출간이라는 결과는 오히려 더 큰 과업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저자가 된 경험은 종합했을 때 끝이라기엔 '시작'에 가까웠다. 동시에 오랜 세월 그 자리를 굳건하게 버티서 있던 그 무언가가 비로소 움직이려는 내 안의 미동 또한 감지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책에서 비롯된, 앞으로 나 자신의 향방이 궁금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멘토로서 지내온 삶의 다음 막이 어떻게 열리게 될지였다. (욕심꾸러기! 게다가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막상 겪게 된 후폭풍의 여파는, 멘토 측면보다는 공과 사 양면의 개인사에 집중적으로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분명 의미로웠지만,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부족한 탓에 굉장히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이윽고 조금씩 안개가 걷히면서 그토록 궁금했던 실체를 보게 된다.
한 마디로 주변 타인의 시선에선 나의 재발견, 내 기준에선 고질적인 부조화의 재확인이었다.
기대가 보란 듯이 어긋나 버렸다. 나로선 새삼스러울 게 전혀 없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까지의 스텔스 모드가 해제되자 발생한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이 아니던가. 모든 게 감사했지만 허탈했다. 홀로 남겨진 시간이 되면, 그동안 보인 나와 나 사이의 괴리가 그토록 컸을까 생각하자니 삶에 대한 알 수 없는 후회가 잔뜩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 모든 부조화의 원인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눈치'다. 솔직히 내 삶의 중대사는 줄곧 외부의 힘에 기대거나 그 관성이 쓴 역사나 다름이 없다. 눈치쟁이가 아닌 이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이를 두고 '필요에 부흥하는 삶'이라고까지 부르며 긍정했다.
책 조차도 그렇다. 출판사와의 연은 물론 출간의 직접적 원천인 멘토링 플랫폼 '잇다'에 멘토로 가입한 이래로 벌어진 크고 작은 일들 또한, 하나같이 외부세계로부터의 손내밈에 응한 출발과 발자취였다. 그러니 책의 출간은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행동 패턴의 결정판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결과였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결과물이 외부세계를 향해 나오게 되면서 기존의 눈치 좌표계에 큰 변화가 생겼고, 그로 인해 나타난 균열이 나 자신을 똑바로 볼 기회를 준 셈이었다.
좀 더 본질적으로는, 그동안 돌보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과 내적 울음이 터져버린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미동은, 전진만을 생각하며 습관처럼 외면해온 나에 대한 미안함의 부채가 일으킨 쓰나미의 전조였다. 용케도 이젠 도망은커녕 그저 녀석을 마주하며 주먹만을 꽉 움켜쥐게 되더라.
어차피 엎질러진 물, 이젠 맞서기로 했다. 그래도 나이를 먹은 덕분에 예전처럼 불같은 화염이 번지진 않았지만, 이 익숙한 맛의 차가운 분노는 어쩔 수 없게도 시렸다.
사실, 집필의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잘 된 것은, 더 외면하고 미룰 에너지 조차도 고갈되었다는 점이다. 차라리 기회 같단 생각이 드니까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에너지로 새로운 필요에 부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눈치를 이겨낼 강한 힘이 필요하고, 이 힘은 '용기'에서 비롯된다고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나를 제대로 드러내고 표현하기로 했다. 번잡하게 흩어진 나를 똘똘 모아보기로 했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긴 세월의 지루한 여정부터 장황하게 펼쳐내 보여야 하기에 당장은 아껴두더라도, 이제는 뭔가 주섬주섬 꺼내놓지를 않으면 안 되겠고 더는 못 참겠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제 막 시동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관성에 의존했지만 스스로 속도를 내기 위해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렸다.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잘 모르겠다. 다만 몇 가지 포착된 정황 덕분에 깨달은 바는, 내 생각보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으리라는 가능성이다. 흩어진 나와 더불어 이들을 찾아서 모으고 싶어졌다. 봐야 할, 의미 있는 눈치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언젠가, 다시 동굴로 돌아갈 나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얌전히 스텔스 모드로 재진입하는 것도 부끄러운 모습처럼 여겨지니, 이젠 모 아니면 도다.
궁극적인 목적은 용기 충전하기! 목표는 부조화 바로잡기!
Cover Photo by Eduardo Drapi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