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심술에서 야속한 환대로 극적인 화해
브런치 계정 하나 열어놓고는 지지부진 계속 '시작'만 운운하며 공회전 같은 소리만 잔뜩 늘어놓았다. 하지만 나름대로는 필요한 의식이라 여기는 바이다. 이런 자기 최면과 주문이 부디 중간에 고꾸라짐 없이 지속성 있게, 하고 싶었던 또 해야만 한다 여겼던 얘기들을 진정성을 갖고 주욱 잘 풀어볼 수 있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
솔직함이 모토인만큼 솔직한 이야기부터 하나 깔고 가는 것도 좋은 시작일 테지. 나 역시 브런치가 생기자 작가 신청을 했지만 그야말로 광탈을 해버렸다.
기존에 썼던 글들 몇 개 복사해 붙여 넣는 식이긴 했다지만, 그래도 콘텐츠 자체가 이미 작성된 글이라 성의 없는 결과물까지는 아니었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재도전은 심지어 몇 년 후, 여지없이 또 까인다. 두 번씩이나 신청을 거부당해버린다.
당시엔 오기보다는 '그래, 너 어디 얼마나 잘 되나 보자' 심보로 플랫폼 자체를 끝끝내 외면했고, 얼마 전까지도 이 고독한 심술은 계속되었다.
두 번째 문전박대 이후 4년이나 지났다. 검색을 해보니 나와 같은 흥부 신세의 경험담이 적지 않더라. 이때 출간 작가 이력을 강조하면 프리패스 확률이 높단 글귀에 솔깃한다. '그래, 나도 이젠 출간 작가지' 생각을 하니까 그동안 부려온 심술이 뭐 그리 아쉬울 것도 없는 것, 마음을 고쳐먹기로 한다.
솔직히 정작 놀부 심보를 가진 것은 내가 아니던가. 그렇게 4년 만에 책을 매개로 새로운 아이디로 3차 신청을 했더니, 웬걸 바로 다음날 작가로 야속한 환대를 받는다. 어쩌면 이 (혼자만의) 극적인 화해가 모든 ‘시작’의 결정적 이유였음을 고백해본다.
책에는 마치 브런치 일화를 쏙 빼닮은 대학원 흑역사가 잠깐 등장한다. 살다 보면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라는 말이 잘 통할 때가 참 많았다.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할 때는 안 되다가 우연한 기회가 전환점이 되는 경우처럼 말이다. 그러니 경험적으로는 열심히도 중요하지만, 결정은 늘 타이밍이 크게 관여한다고 생각한다. 비로소 무언가를 만든다는 의미인 '시작'을 이번에도 기대해본다.
학계와 업계라는 2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데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대학원 진학이든 스타트업 취업이든 온전히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역시 원하던 모 대학원 연구실을 무려 두 번이나 연속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다. 이런 흑역사를 스스럼없이 밝히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나와 같은 과오를 겪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 p.114 '계획은 계획일 뿐 목표가 아니다' 중
'나 자신에 대한 미완성'에 대한 미련을 깨달음
출간은 책이라는 원고에겐 끝을, 저자 아니 나라는 디자이너에게 있어선 어떤 '시작'의 신호탄
주변 타인의 시선에선 나의 재발견, 내 기준에선 고질적인 부조화의 재확인이 주는 허망함
그동안 돌보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과 내적 울음이 터져버린 상황으로부터 날 구출하기
내가 진짜, 진정으로 담고 싶은 이야기의 정체는 '쓴소리'로 책에 못다 한 이야기들을 꺼내기
잘 팔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스트레스보다 속 시원한 글을 써내기 위한 솔직해지는 연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