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컴퍼니 후기 (현재 진행 중)
올초부터 '취준컴퍼니'라는 곳에서 추가로 멘토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름 때문에 혹시 투잡이라도 하나 오해해서는 매우 곤란하다!!!
취준컴퍼니는 로켓펀치와 집무실을 운영하는 알리콘에서 작년 말부터 운영하는 취준생을 위한 '가상회사'다. 컨셉이 회사이기 때문에 실제 취업에 성공하면 취준컴퍼니를 명예롭게 퇴사해야 한다. 겉모습만 보면 슬랙과 노션을 활용한 취준 커뮤니티처럼 보이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또 보도자료를 잘 살펴보니 취준컴퍼니를 '캠페인'이라고 표현하던데, 이게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힌트 같다.
1기 이후 UX 멘토(취준컴퍼니에서는 '코치'라는 표현을 쓰지만)도 있었음 한다는 피드백이 있었나 보다. 역시나 '잇다' 공개답변 덕분에 첫 UX 멘토로 섭외돼 2기부터 합류했다. 내 일찍이 어떤 플랫폼에서 한 번 크게 디었던 전적이 있었기에 이런 류의 섭외에는 항상 경계를 해왔다. (저렴한 한 단어로 X아치 짓이라 하지!)
그럼에도 합류를 결심했던 결정적 이유는, 수익형이 아닌 봉사형 컨셉이어서였다. 날 잘 찾아왔다 싶었다. 부업쟁이들 없는 순수쟁이들의 놀이터(?)라니, 내겐 제2의 '잇다'가 될 수도 있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 마저 들기도 했다.
우선, 알리콘이 보유한 커리어 SNS인 로켓펀치라는 '온라인 자산'과 분산 오피스인 집무실이라는 '오프라인 자산'을 접목한 점이 흥미로웠다.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한 두 사업 영역이 실은 매우 긴밀할 수 있음이 '취준컴퍼니'라는 개념을 통해서 드라마틱하게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이제야, 과거 로켓펀치와 엔스파이어가 합병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한 것 같았다. 흥미로운 O2O 사례라고만 생각했는데, 꽤 괜찮은 시너지 사례라 보는 것이 옳겠다.
기본적으로 멘토와 멘티 모두에게 로켓펀치 프리미엄 서비스와 집무실 전 지점 사용권을 제공한다. 자연스럽게 로켓펀치 프로필 작성과 네트워킹을 유도하고, 취준 활동을 위한 개인 작업이나 멘토링 장소로 집무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혜택이 생각보다 쏠쏠하다.
특히 집무실은 한 곳만 가봤지만 생각보다 아늑했고, 집필을 하기에도 좋은 분위기의 작업실이 생긴 것 같아서 꽤 만족스러웠다. 단순히 효율적인 업무공간이 아닌 나름 추구하는 바를 담아내려는 의중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멘토링 활동을 해온 멘토의 입장에서 봤을 때, 단일 플랫폼이나 서비스 내에서 오프라인 멘토링의 거점이 유기적으로, 그것도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은 어마어마한 특장점이다. 사실 지금껏 본 적 없기도 하다.
대다수 멘토링 플랫폼들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에 기반한다. 여러 이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운영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매우 적게 들고, 낮아진 접근성 덕분에 집객도 유리하며, 무엇보다 바쁜 현직자들은 시공간 제약 없이 멘토링을 할 수 있다. 비용제로효과가 고스란히 정보비대칭 문제해소의 키 드라이버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 시국이 비대면을 긍정하면서 많은 멘토링 플랫폼의 근간은 온라인이 대세가 되었다.
물론 이는 사업적으로 바라보면 비용일 뿐만 아니라 상당한 리스크다. 무엇보다 오프라인은 적잖은 구설수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극소수의 물을 흐려놓는 이들 때문이다. 좋은 일 하려다 낭패 보느니 안 하는 게 낫단 생각을 나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하지만 믿어준 이들의 응원과 더불어 하나둘 좋은 관계가 형성되면서 조금씩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솔직히 멘토라는 개념의 본질을 생각하면 멘토링의 백미는 '만남' 즉 오프라인이라고 생각한다. 글, 이미지, 동영상이라는 미디어가 지닌 강점과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맨투맨이 주는 가치는 디지털 변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난 훨씬 디지털쟁이임에 변함은 없다.) 예컨대, 비대면 면접이 대세라지만 면접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멘티 입장에서 면접관과 비슷한 현업 멘토를 직접 대면하면서 이런저런 상황을 마주 체험해 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리허설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설까? 취준컴퍼니는 명시적으로 오프라인을 더 권장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집무실이라는 공간 사용을 장려하려는 의도라 볼 수도 있겠지만, 사업군의 한 축이 오프라인인 회사의 DNA라면 앞서 설명한 오프라인 가치에 대한 일종의 숭배(?) 내지는 집무실 공간에 대한 자부심도 있으리라 짚어 봤다.
처음엔 수요가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다:1 방식으로 진행했다. 몇 개의 주제로 그룹을 나눠서 모집 및 진행을 했는데, 아무래도 개개인 고민에 대한 집중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싶어 1:1로 쪼개보니 역시나 만족도가 높아 바로 방식은 1:1로 바꿔버렸다. 결과적으로 내가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나 역시도 만족감은 더 컸다.
1달 만에 15명과 제법 밀도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유형을 나누기 어려울 만큼 저마다의 상황, 경험, 능력의 다채로움을 또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공백이 길어져 자신감이 떨어진 경우, 충분한 자생력을 갖췄음에도 습관적으로 멘토에 의존하는 것 같아 보이는 안타까운 경우, 현실 이야기로 흠뻑 적시니 물을 준 화분처럼 웃어 보이는 경우, 우리 팀에 들이고 싶을 만큼 욕심이 나는 경우, 특히 청각장애인 멘티와의 오프라인 키보드 대화는 상당히 인상 깊었다. 대화를 위해 적었던 텍스트를 끝나고 그대로 보내줬는데, 갈무리지만 현장감이 고스란히 담긴 묘한 사진 같은 글이 아니던가.
요새, 회사일로 정말 바쁘고 정신없다. 일상적인 삶을 또 등한시하려는 그 못된 버릇에 스멀스멀 잠식 중이다. 근데 아직까진 괜찮다. 작년 같았으면 아마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은데, 버틸 뿐 아니라 더 시간을 내는 나 자신이 좀 신기하다. 정신과 육체 양면에서 더 강해진 인상이다. 지난 고난 속 쓰디쓴 양분이 이제야 소화가 되었나 싶다.
자주 들을 수 없었던 질문인 '왜 이렇게까지 자기 시간을 쪼개서 도움을 주시나요?' 같은 멘토링의 근원적 이유에 대해 무려 2명이나 궁금해하는 놀라운 일도 겪었다. 지난 7년 여 여정에서 첫 만남부터 이걸 물어본 사람은 없었다. 이에 대해, 나와의 시간이 경계심을 가질 만큼 비용 없이 이루어진 이 상황을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의구심과 기대 이상으로 값진 시간이라 느낀 놀라움이 중첩된 감정이라 해석했다. 뭐 이에 대해선 이미 정리된 답변을 내주었지만, 돌이켜 홀로 생각을 해보니까 이건 그냥 재미를 넘어선 병인 것 같기도 하다.
매주 새로운 멘토링 경험이 규칙적으로 쌓이기 시작하니까 자연스럽게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게 뭐건 간에, 매주 벌어지는 일들을 이제는 기록을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멘토링의 형식도 조금씩 다듬어서 뭔가 오프라인에 최적화된 나만의 방식을 만들고 싶어졌다. 이걸 통해서 브런치든 인스타그램이든 뭔가 좀 규칙성 있게 콘텐츠를 생산할 여건이 혹시라도 마련될 수 있으리란 기대와 희망을 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