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산업디자인 전공인데, UX 리서처 진로, 가능할까요?

가능성? 기댈 곳은 경험치, 부지런히 경력을 쌓아 올릴 것!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6살이고,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4학년 대학생입니다.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인데요, 그러면서 UX 리서처라는 직무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디자인보다 더 내 성향과 맞는 일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제는 저는 지금까지 시각화 중심의 프로젝트 경험만 쌓아왔고, 정량적 데이터 분석이나 리서치 방법론에 대한 전문 지식은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UX 리서처는 사회과학 전공자나 석사 이상 학력이 요구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저 같은 디자인(d) 전공자가 이 직무에 도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최근 멘토님의 인터뷰와 브런치 글 잘 보고 있습니다ㅎㅎ 혹시 제가 UX리서처라는 직무를 더 깊이 체험해 보고 커리어로 가져가기 위해선 어떤 준비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질문 잘 읽었습니다. 사용자 관찰과 인사이트 도출에 흥미를 느끼셨다는 말씀, 저 또한 크게 공감합니다. 질문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산업디자인 전공자가 UX리서처가 되는 것이 가능한지. 둘째, 관련 전문 지식 없이 준비를 시작해도 되는지. 셋째, 커리어로 삼기 전에 체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고학력자 위주의 직무라는 인식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아래에서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디자인 전공의 강점 활용


산업디자인 전공자는 이미 사용자 중심의 문제 정의와 해결이라는 디자인(D)적 사고방식을 훈련받은 사람입니다. 이는 UX 리서치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려하신 포인트가 뭔지 잘 압니다. 저 또한 시각디자인 전공자이기 때문에 말이죠.


실제 현업에서는 다양한 전공 출신들이 UX리서처로 일하고 있으며, 반드시 심리학이나 인류학처럼 사회과학 기반만 요구되는 것도 아닙니다. 디자인(d) 전공자들은 시각적 해석력이나 사용자의 행태에 대한 직관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간파하는 역량이 있어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리서치 직무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저 또한 석사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겠지만 전공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를 이해하려는 태도와 문제를 구조화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리서처로서의 잠재력은 ‘전공’보다 ‘어떻게 사용자와 문제를 바라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방법론과 도구의 실전 감각 익히기


아무래도 방법론 공부가 가장 걱정이실 것 같습니다. UX 리서처로서 어느 정도 수준의 리서치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지는 조직에서 원하는 레벨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량조사 특화된 포지션이라면 아무래도 불리한 게 현실적이긴 합니다만, 그렇지 않거나 수학적 지식을 덜 요하는 리서치일 경우에는 관련 경험을 통해 충분히 노려봄직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량적 데이터나 리서치 방법론에 대한 지식 부족은 당연한 고민이시겠지만, 반드시 대학원이나 특정 전공을 통해서만 보완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오히려 이론보다는 실전 감각이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 인터뷰를 설계할 때도 어떤 질문을 할지, 그 질문을 통해 무엇을 알아내고 싶은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런 훈련은 실제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처음에는 작게라도 사용자 리서치를 포함한 개인 프로젝트를 해보고, 이를 포트폴리오 형태로 정리해 보세요. 이를 통해 리서치의 구조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다루는 자신만의 해석 틀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꼭 거창한 프로젝트일 필요도 없습니다. 일상의 문제를 정의하고 관찰해 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됩니다. 실무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리서치 툴도 온라인 강의나 워크숍 등을 통해 기초 수준은 충분히 익힐 수 있습니다.



실무 체험을 통한 진로 확인


UX 리서처라는 직무는 책이나 강의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특히 어떤 조직에서 어떤 방식으로 UX 리서치를 수행하는지에 따라 일의 본질이 크게 달라집니다. 예컨대, 대기업 인하우스 UX 조직에서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 중심의 리서치가 주를 이루는 반면, UX 전문 에이전시에서는 정교한 방법론 기반의 리서치를 더 많이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일해보는 것이 가장 빠른 학습이고 진로 탐색 방법이 됩니다.


스타트업이나 작은 조직의 인턴십, 혹은 단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실무를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개월이라도 사용자 인터뷰나 관찰을 기획하고 실행해 보는 경험은 어떤 학습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리서처라는 직무가 자신에게 맞는지, 사용자 문제를 탐구하는 일이 정말 즐거운지를 체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학력자 중심 직무에 대한 현실 인식


UX 리서처가 고학력자 위주의 직무라는 인식,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대기업이나 리서치 전문조직에서는 석사 이상 또는 사회과학 기반의 학문적 훈련을 받은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리서치라는 직무가 논리적 사고, 데이터 해석, 인과관계 추론 등의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석사 과정을 통해 연구 설계나 실험적 접근을 배우며 유사한 기반을 조금이나마 쌓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건 ‘장기적 커리어에서의 경쟁력’을 위한 요인일 뿐, 지금 당장 진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벽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초기 커리어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석사 학위보다도 ‘실무 경험’이 훨씬 더 큰 경쟁력이 됩니다. 실제 채용에서 보면, 이론만 갖춘 고학력자보다 실전에서 사용자를 관찰하고 해석한 경험이 있는 지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석사는 ‘커리어를 더 깊게 혹은 넓히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은 아닙니다. 방법론 지향적인 리서처가 당장 될 필요는 없기에, 지금 시점에서는 실무 경험을 쌓으며 본인이 리서치 업무에 얼마나 적합한 지부터 검증하는 것이 더 우선입니다. (물론 협업 리서처 중에는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지만, 그들의 업무는 깊이 있는 리서치일 확률이 높습니다.)



준비를 위한 실행 전략


이제부터는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말씀드릴게요. 첫 단계로는 UX 리서치의 기본적인 프레임을 이해하고 간단한 프로젝트라도 수행해 보세요. 문제 정의, 가설 수립, 사용자 인터뷰 설계, 인사이트 도출의 과정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UX 리서처라는 타이틀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도메인을 정해 (예: 교육, 커머스, 헬스케어 등) 그 영역에서 사용자 문제를 정의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결과물을 포트폴리오 형태로 정리해 두세요. 이 포트폴리오는 채용 면접에서 나의 논리와 관찰력, 사용자 중심 사고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도구가 됩니다. 이후에는 작은 조직에서의 인턴십이나 단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실무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리서처로서의 나’가 어떤 상황에 강한지,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를 체득해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학습한 점’과 ‘더 알고 싶은 점’을 스스로 정리해 보는 것이 학위 이상의 내공이 됩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됩니다.




UX 리서처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용자와 문제를 연결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설계자이자 이야기 전달자입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신 멘티님은 이미 문제 해결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는 분이기에, 방향만 잘 잡으신다면 UX 리서처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더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느냐’보다 ‘어떻게 실행하며 발전해 가느냐’입니다. UX 리서처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직무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멘티님의 태도 자체가 이미 UX에 적합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게라도 시작해 보세요. 리서처는 결국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니까요.



Photo by Jerry Kav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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