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운 시간의 뿌리가 진짜 UX
프로덕트는 론칭 전까지 베일에 쌓여 있다가
디데이(D-day)에 비로소 공개되는
한 송이 꽃인 것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풀어보면, 이 단락은 편집자님에 의해서 삭제되리라는 예상으로 넣은 것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비유를 실제로 들어보긴 했지만 행여 전반적인 톤에 잘 안 맞는 갑자기 감성적인 비유가 어색하게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좋았다고 편집자님께서 오히려 살려주신 단락으로, 책에서 몇 안 되는 감성적 터치가 가미된 부분 아닐까 싶다.
이 문장은 ‘제품’이라는 단어에 숨어 있는 생명성과 인내의 시간을 되새겨주고 싶어서 썼다. 제품은 기획표나 기능 목록의 집합이 아니라, 한 번의 피어남을 기다리는 생명체에 가깝다.
디자인(d/D)이란 이 꽃이 자라날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아이디어는 씨앗이고, 데이터는 물이며, 팀워크는 햇살이다. 그 모든 환경이 맞아떨어질 때, 프로덕트는 어느 날 갑자기 ‘활짝’ 피어난다.
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향해 항해하는 이들에게 본인들이 무엇을 위해 고군분투하는지를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정점에 앉힐 인물 육성에 골몰한다. 매우 여러 변수와 맥락을 살펴가며 말이다. 프로덕트뿐만 아니라 어쩌면 커리어 자체가 이렇듯 한 송이의 꽃을 피우는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긴 시간과 인내, 운을 필요로 한다. 그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사이클을 통해 경험하는 프로덕트라는 한 송이의 꽃을 통해 커리어를 되짚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뿐만 아니라 이 문장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출시라는 의식에 관한 것도 이야기하고 있다.
디자인(d/D)은 결과가 아니라, 개화의 리듬을 조율하는 일이다.
하나의 제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수정과 논의, 타협이 있다. 그 과정을 지나면서 우리는 ‘내가 만든다’는 자만을 버리고 ‘함께 피워낸다’는 겸손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 꽃은 만드는 이가 아니라 사용자의 손에서 완성된다. 사용자의 감탄, 불만, 리뷰, 재방문이 모두 꽃잎의 흔들림이자 향기의 방향이 되기 때문이다.
프로덕트는 완성되는 게 아니라, 매일 피어나고 매일 시든다. 그리고 그 순환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UXer다.
다음 화인〈서핑하듯 UX하라!〉로 이어진다. 꽃이 피었다면, 이제 그 위를 달려야 한다. UX의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파도 위에 있다. 파도를 외우지 않고, 그때그때 반응하며 균형을 잡는 법, 그것이 진짜 ‘살아 있는 UX’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