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아이와 관련된 사건, 사고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만 4세 아이가 태권도장에서 학대를 당하다 끝내 죽음을 맞이하여 세간의 공분을 사기도 하였고, 만 8세 아이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여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기기도 하였다.
나는 그러한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같은 부모의 입장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파 며칠간 현실 생활이 힘들 정도인데, 또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참으로 놀랍기도 하거니와 한 편으론 불쾌하기도 하다.
내가 불쾌한 이유인즉슨, 아이의 죽음엔 모두 부모의 책임, 즉 ‘엄마’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몇몇의 무식한 태도 때문이다.
분명 아이를 죽인 것은 태권도 관장인데 결론은 엄마가 왜 그 어린아이를 태권도장에 보냈냐는 댓글이 꼭 달리며 결국 아이를 그렇게 만든 사람은 엄마라는 듯이 책임을 전가한다. 다섯 살, 만 3세 인 아이가 뭘 알겠냐고. 그 어린아이를 단지 애 보기 귀찮아서 태권도장에 보냈을 것이라는 억측을 하면서 말이다.
아이를 키워보면 알겠지만 아이들의 에너지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유치원을 가게 되는 시기가 되면 태권도를 다니고 싶어 하는 아이가 꼭 있기 마련이고 아이가 정말 원해서 태권도에 다니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나 또한 우리 아이가 만 4세 때 두어 달 태권도 학원을 보낸 적이 있다. 아이는 친구가 태권도 학원을 다니는 모습을 보고 무척이나 가고 싶어 하였고, 태권도 학원을 다니면서 무척 즐거워하였다. 비록 자주 아파서 태권도 학원을 그만두었지만 아직도 아이에게 태권도 학원은 즐거운 곳이라는 기억이 있는 곳이다.
거기다 태권도 학원의 특성상, 매일 학원에서 수업을 하다 보니 워킹맘들에게 태권도 학원은 또 다른 유치원이라 불릴 만큼 대중적으로 인기가 좋았다.
피해 아이의 어머니 또한 워킹맘이라 아이를 돌봐줄 곳이 필요하였고, 아이 또한 태권도를 좋아하니 너무나 자연스레 태권도 학원에 가게 된 것뿐이다.
여기에서 피해자의 잘못이 무엇인지 나는 당최 모르겠다.
아파트 물놀이터에서 일어난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아이가 물놀이터에서 사고로 실려 갔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댓글은 온통 그 아이의 엄마 욕으로 도배가 되었다.
왜 애를 잘 돌보지 않았냐는 둥, 도대체 엄마는 어디 갔었냐는 둥. 정작 사고로 아이를 잃은 사람은 그 아이의 부모인데 왜 사람들은 부모를, 특히 엄마를 욕하는 건지.
물론 물놀이에는 보호자가 필요한 것이 맞다.
나 또한 아이를 데리고 물놀이를 가면 무조건 밀착 마크를 한다. 아직 아이의 나이가 어리기도 하거니와 사건 사고는 언제든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물놀이터의 수심은 고작 어른들의 무릎 정도였고, 거기다 피해 아이의 나이는 만 8세,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아이는 엄마 아빠보단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이인 것이다.
지금도 밖에 나가면 10살 또래의 아이들이 삼삼 오오 모여 컵라면을 먹거나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가 한 번이라도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사고가 일어났을 때 부모가 그 자리에 없었다는 루머까지 돌면서 피해 아이의 부모에게 비난의 화살이 더욱 거세졌는데 왜 그토록 부모에게 특히 엄마에게 이렇게나 죄책감을 지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까지 해서 아이의 부모를 욕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한 댓글을 쓰는 본인도 부모님이 키우셔서 그 자리까지 갔을 건데 말이다.
물론 어느 곳에서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모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부모는 부모이기 이전에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아이를 낳아서 부모가 된 것이지, 멀쩡했던 사람이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맘충으로 변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특히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아주 나쁜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가해자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겪은 피해자를 욕 하면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다.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면 일단 내 마음이 편하니까 말이다.
이젠 더 이상 피해자에게, 그리고 피해자의 부모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를 멈추면 좋겠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리고 당신도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