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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닉네임입력 Nov 13. 2022

4. 친구의 눈물

갑자기 돌아가신 친구의 부고 소식에 나는 바로 전화를 걸어 확인(?)과 위로를 건네려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소식을 알려준 친구의 당부가 나를 멈칫하게 했다.

“야, 아직 아는 척 하지마. 요즘 겨우 적응하고 일하러 다니는 것 같더라. 한동안 떠올리게 하지 말자.”


난 단번에 친구의 말을 이해하고 전화를 끊었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이내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빨리빨리 안 받고 뭐하냐.. 여기 지역번호 뜨는 거 이제 무조건 받아라. 내다. 알았제.”

“허개미제? 군생활은 어떻노 할만하나?”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는 친구에게 나는 차마 아버님의 소식을 묻지 못했고 그렇게 서로의 근황을 간단하게 이야기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첫 9박 10일의 긴 휴가를 나온 날 나는 자연스럽게 골목 끝 옆에 있던 그 친구의 작업장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슬쩍 옆 가게를 확인했는데 친구의 어머니께서 작업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그 옆에는 친구가 같이 어머니를 돕고 있었는데 나는 작업장을 옮겼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고, 그런 나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휴가를 나온 나에게 당장 일을 도우라고 말하며 빠르게 작업을 이어나갔다.


약 30분가량의 시간 동안 작업을 도운 후 어느 정도 정리가 완료되자 친구네 어머니는 잠시 집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떠나셨고 친구와 나 둘만 그 자리에 남겨졌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말투로 친구에게 물었다.

“야, 아버님은 어디 가시고 니가 여기서 일하고 있냐. 니 공장 다니던 거는 이제 안 하나?”

그 말에 친구는 잠깐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아버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몰랐나? 관심이 없노 니는”

“내 군인이다. 알제? 연락이 안 되는데 뭘 어떻게 아냐?”

그렇게 말하며 나는 순간 예전 TV 프로그램 ‘세바퀴’에서 나온 조세호가 된 것 같다며 농담을 이어갔고, 그 친구는 그런 나에게 괜찮다며 사실 이미 다른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억지로 모르는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오히려 나를 위로하듯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아버지는 술을 정말 좋아하셨지만 평소 심장이 안 좋다거나 관련 질병이나 증상이 없었다며 덤덤하게 말하던 친구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친구를 가만히 지켜보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친구는 살면서 나에게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던 눈물을 흘리며 후회를 하고 있었다.

“야..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랑 목욕탕에 가자고 했었는데, 그때 거기를 같이 못 간 게 너무너무 후회가 된다.. 그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아서 너무 슬프고 힘이 든다.. 니는 이런 실수 절대 하지 마라.”


친구를 위로하며 우리는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지만 나는 전역 후에 바로 대학에 복학을 했기에 그 친구를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지나고 나서 들은 이야기로 어머니가 걱정이 돼 공익근무를 신청하려 했지만 누나의 완강한 거부로 입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의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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