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생각, 뚜렷한 색을 가지고 싶었다.
요즘 문득 올라오는 이 슬픔의 감정은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길도, 해답도 얻지 못하고 켜켜이 쌓인다
기쁨이나 유쾌한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더 구체적으로 느끼고 싶지만 이 감정의 이유와 깊이를 조금도 가늠할 수가 없다
그냥
“마음이 좀 슬프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어느 날은 노트를 꺼내서 구체적으로 써 보려고 했다
슬픈 건, 나를 낱낱이 깨 부수는 것만 같이 아파져서
슬픔이 더 짙어져서 그만두었고
기쁜 건, 언젠가 돌아올 슬픔의 앞장에 기록하기가
민망해서 그만두었다
내가 이렇게나 회피의 성향이 있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내가 회피형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 건 그 사람에게서 피하고 싶은 나를 보았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어느 날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 자체가 정해진 것이 없고, 뚜렷한 게 하나도 없는데
하나하나 다 뚜렷한 정의를 하며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인생을 단순하게 좀 살아봐 “라는
누군가의 조언에 반항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게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한 발짝 못 나아가는 이유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슬픔도 있는 거고,
한 달 내내 머리를 부여잡고 해결해야 하는 일도 있고,
오늘 나의 성취가 내일의 가십거리가 될 수도 있는 거다
이 모든 것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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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인 나의 모든 것에 괴로워했던 시간을
무사히 보내며 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