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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Jul 03. 2024

36 조각. 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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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조각



아침잠이 많은 나의 알람은 무수하다.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좀 더 일찍 일어날 때의 시간부터

지각 직전까지 반복 설정되어 있다.

그래도 부족해서,

가끔은 목이 달아나는 것 같아

하다 하다 작곡 앱을 다운 받아 만든 적도 있다.

지금도 잘 쓰고 있을 만큼

생각보다 효과는 아주 좋다.

대충 뚱땅거린 음이 듣기 싫어 눈이 절로 떠진다.

익숙해진 기본 알람음은 희한하게 들리지 않는다.

얼마가 시끄럽든 무음이 된다. 잠에, 꿈에 영향이 없다.

가끔은 삶에도 알람이 있으면 싶다.

경고! 지금 이 식사를 하면, 배탈이 남!

경고!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가 엉망진창임!

경고! 지금 이 복권을 사면, 1등 당첨임!

경고! 이 옷을 사지 않으면, 몇 달을 후회함!

경고! 3일 후, 할인 이벤트 진행할 때 사야 함!

경고! 그렇게 답장하면, 인연을 잃음!

경고! 마음 가는 대로 내뱉으면, 평생 후회함!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생각뿐.

그렇게 과거로 쌓이는 나와 관련된 것뿐.

벌 중에 제일 귀여운 호박벌은

사실 날 수 없는 몸이라고 한다.

그냥 무지하게 많이 날갯짓해서 나는 거라고.

그렇다면, 호박벌처럼

냅다 날갯짓을 마구 하다 보면

나도 날 수 있지 않을까.

무겁고 고된 마음으로도

가벼이 날아다니며

세상을 누빌 수 있지 않을까.

삶에 알람이 없어도

무시로 상처 입고 잃어도

일어서고 마는 건 인간의 특징일 테니.

오뚜기 같은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 보련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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