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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조각
끝은 곧 시발.
상반기를 보내며 장마가 시작되었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하나씩 돌이켜보니
보람차거나 아쉬운 것은 둘째 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막막해져 버렸다.
생각이 많은 나는,
나를 가로막는다는 걸 알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하게 된다.
10년 뒤에는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나.
10년 뒤에도 인간이 살아있긴 할까.
종아리는 왜 붓기만 할까.
내가 잘하는 건 뭘까.
운동을 새로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어쩌나.
물은 왜 맛이 없을까.
식사를 대신할 알약 같은 건 언제 보편화되나.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까.
밖에서 지구와 달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식사를 어떻게 해야 운동을 쉬어도 괜찮나.
잠은 왜 자도 자도 모자라는가.
촌스러운 광고는 어떻게 나오고
획기적인 광고는 어떻게 나오는가.
누가 그것들을 승인하는가.
내 유전자는 왜 꽝의 조합이라 나를 힘들게 하지.
에스컬레이터는 왜 자주 고장날까.
뭘 어떻게 해야 ‘아이디어 폭풍*’ 이 쏟아질까.
(*인사이드 아웃2에 나온 표현)
어디서 그냥 10조가 뚝!
내 통장으로 떨어지면 좋겠다.
아니, 소원을 애매하게 빌었다간 위험하지.
출처가 명확하여 문제 될 것 없고
부가세를 떼고서도 10조인,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돈이 생기면 좋겠다.
생각하는 내가 힘을 앗아갈 때,
정말 그것만 한 장막이 없어서
눈코입이 사라질 만큼 땅에 스며 녹아드는 기분이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걸 접하며 더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은 요즘.
내게는 얼마의 시간이 남아있을까.
우선은 생각 좀 멈추게 배를 채워야겠다.
오늘도 살아남았으니 살아가야지.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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