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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Jun 26. 2024

33 조각. 내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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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조각



김치. 그것은 한국인의 소울.

김치. 그것은 내 식사의 태초.

김치. 그 누가 내게 그것을 앗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문득 등골이 오싹했다.

김장 김치 지짐이를 먹다가 든 생각 때문에.

나, 할 줄 아는 김치가 있던가?

엄마의 김치 중 과연 몇 개를 습득할 수 있지?

재료 구입부터 관리까지

비슷하게라도 따라 할 수 있는 김치는?

0개다. 빵. 먹는 빵 말고 제로. 무. 아무것도 없음.

큰일이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

김치 없는 삶? 난 그런 거 모른다.

헹군 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김장 김치,

고들빼기, 오이소박이, 여름 김치, 섞박지,

물김치, 백김치, 동치미, 파김치, …….

어디 김치뿐이랴.

김치에서 탄생하는 온갖 음식은 어떻고!

당장 김치볶음밥, 감자탕, 지짐이, 열무국수,

등갈비김치찜,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만두, …….

그래도 가장 많이 돕고 관심을 가진 사람이 나인데도

할 줄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게 없다니.

거짓말 같은 잔인한 현실.

내가 원하는 건, 엄마 김치.

밖의 김치는 솔직히 모르겠다.

밖의 김치를 먹고 알레르기가 난 게

한두 번이 아닌 것도 그렇다.

어떤 재료가 문제인지 입술도 몸도 벌겋게

붓고 알레르기가 나서 며칠을 고생했었으니.

김치 얘기를 하니까 김치 먹고 싶다.

많고 많은 해야 할 일에 (엄마표)

김치 레시피 훔치기를 상위 랭킹에 올려야겠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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