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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Jun 24. 2024

32 조각.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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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조각



식사를 마치고 정리하며 허공에 대고 외쳤다.

잘 먹었습니다.

기운을 잃어 음식을 배달시켜 그렇다.

고로, 듣는 사람이 나뿐이어도 인사를.

웬만하면 식사 배달 후 리뷰를 남긴다.

덕분에 소중한 한 끼를 챙겨 먹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밥 챙겨 먹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건강한 식사는 더 그렇고

원하는 식사로 챙기는 건 더 그렇고

몸이 아플 때 그에 맞춤형으로 챙기는 것도 그렇다.

왜 열심히 벌어먹기를, 제대로 먹기도 어려운지.

먹기 싫은 걸 안 먹을 자유나

먹고 싶은 걸 먹을 자유나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데,

세상은 발전해 놀랍게도 AI시대.

차라리 AI는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되니 좋겠다.

근육이나 지방이나 그런 걱정은 없을 테니.

바다가 오염되든 산을 깎아 먹고 불태우든

지구가 뜨겁다 못해 미치게 불타오르든.

사는 건 정말 왜 이리 어려울까.

나는 식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한다.

그럴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누구의 간섭도 의사도 불필요한,

온전히 나의 욕망과 의사와 흥으로만 이루어지는

식사만큼 삶의 만족도와 에너지를 채워주는 게 없다.

할 줄 아는 요리보다 모르는 요리가 더 많아도 그렇다.

언제든 필요할 때,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하는 삶.

그런 삶을 위해 오늘도 아무쪼록

“잘 먹었습니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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