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조각
끓어오르는 건 지구뿐이 아니다.
이걸 뭐라고 이름 붙여야 알맞을까.
분노라기에도 알맞지 않고,
슬픔이라기에도 알맞지 않다.
더 살면 명확한 개념을 알게 될까?
우리는 늘 ‘다음 보기 중 알맞은 것을 고르시오.’
또는 ‘다음 보기 중 잘못된 것을 고르시오.’를
마주하며 커왔다. 배운 개념을 토대로
다른 하나를 고르는 걸 배웠지만,
살면서 마주하는 것들은 정확한 이름을
붙이기도 어렵고 그래서 어떤 걸 없애고
어떤 걸 붙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뭔가 이상한 상황에서
어떻게 고쳐 나아가야 하는지도 어렵다.
미로 속에 갇혀서 뱅글뱅글 도는 것 같다.
그러다가 가끔은 막힌 벽 앞에 멍하니 앉아 있고.
그러는 와중에도 탈 것 같이 뜨거운 태양이
쨍하게 위력을 발상하고 있고.
무더위에 홀쭉해지는 까치처럼 말라가려나.
매 순간이 숙제고 고비다. 그래서
출퇴근하면서 회사에서나 복싱장에서나
어디를 가서든 어른들을 살펴본다.
대체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붙들고 인터뷰를 하고 싶은 심정.
저 어떡하나요?
어떡하긴 어떡해, 해야 할 일부터 하나씩
도장 깨며 부숴나가며 나아가야지.
다치지 않게 보호 장비 챙기고
지치지 않게 물과 음식도 꼭 챙기고.
진짜 할 수 없을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야지.
엄마, 아빠, 친구, 팀장님, 전문 의료인.
가장 중요한 것은, 붙들고 있지 않고 바로 SOS!
HELP ME!
by 개복사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