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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조각
식사를 마치고 정리하며 허공에 대고 외쳤다.
잘 먹었습니다.
기운을 잃어 음식을 배달시켜 그렇다.
고로, 듣는 사람이 나뿐이어도 인사를.
웬만하면 식사 배달 후 리뷰를 남긴다.
덕분에 소중한 한 끼를 챙겨 먹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밥 챙겨 먹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건강한 식사는 더 그렇고
원하는 식사로 챙기는 건 더 그렇고
몸이 아플 때 그에 맞춤형으로 챙기는 것도 그렇다.
왜 열심히 벌어먹기를, 제대로 먹기도 어려운지.
먹기 싫은 걸 안 먹을 자유나
먹고 싶은 걸 먹을 자유나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데,
세상은 발전해 놀랍게도 AI시대.
차라리 AI는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되니 좋겠다.
근육이나 지방이나 그런 걱정은 없을 테니.
바다가 오염되든 산을 깎아 먹고 불태우든
지구가 뜨겁다 못해 미치게 불타오르든.
사는 건 정말 왜 이리 어려울까.
나는 식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한다.
그럴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누구의 간섭도 의사도 불필요한,
온전히 나의 욕망과 의사와 흥으로만 이루어지는
식사만큼 삶의 만족도와 에너지를 채워주는 게 없다.
할 줄 아는 요리보다 모르는 요리가 더 많아도 그렇다.
언제든 필요할 때,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하는 삶.
그런 삶을 위해 오늘도 아무쪼록
“잘 먹었습니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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