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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Jul 05. 2024

37 조각. 책과 반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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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조각



책과 반려돌이 무슨 상관이냐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처음은 그렇게 생각했으니

누군가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

참여는 아니고 관람이었다.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도서전을 느끼며

복합적인 생각과 마음에

푸른숲 출판사의

‘Deadline Artists’ 모자를 결제했고

도서전에 가면 종종 책을 사는 출판사의 미참여로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분야의 도서를 데려왔다.

책은 의외로 재밌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그간의 종이책 구매의 실패 경험이 빛을 발했다.

저자가 범죄자가 아니고

비전문가의 횡설수설도 아니고

표지 디자인만 그럴싸한 것도 아니고

너무 뻔한 이야기인 것도 아니고

저자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가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지는 것도 아니고

번역에 오류가 넘치는 것도 아니고

원서를 초월한 번역인 것도 아니고

표절, 도용, 사생활 침해와도 상관없는

확실한 신분과 명확한 내용으로

타당한 출간임을 알 수 있어

기분 나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당연하지만 당연해서 모두가 바라는 그런 책이었다.

저자가 독일인이라 번역이 필수인데,

너무나 맛난 번역을 만나 행복했다.

내 취향에 맞는, 좋아하고, 즐겁고, 맛난 문장,

멋진 사람 목록에 번역가님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그분이 번역한 다른 도서도 읽을 예정이다.

지금 읽는 책을 완독하면, 다음 차례로!

다시 도서전 이야기로 돌아오면,

참여 출판사마다 특색있는 서적과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마감에 시달리는 사회인으로서

마감 모자에 이어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 있었으니,

읻다 출판사에서 구매 이벤트로 주는 반려돌이었다.

땡그란 눈알에 굉장히 혹하였는데, 파도 같은

놀라운 인파에 휩쓸려 멀어졌던 튜브 찬 반려돌이다.

다시 검색해 보니 ‘아띠’라는 이름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도서전은 이미 지난주에 끝났으나

도서전에서 구매한 책을 완독하고도 계속

생각하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반려돌. 반..려.... 돌....

반려돌이 익숙했던 이유.

그 까닭에 대해서.

반려돌은 내게도 있음을.

급하게 이름을 지어보자면, ‘썩’.

속을 썩이기 때문에, ‘썩’.

(한자로 ‘돌 석’ 자의 이중적인 의미도 있음)

썩이는 놀랍게도 올해 설에 갑자기 나타났는데,

절대 사라지지 않고 한번씩 극심한 염증을 일으켜

자기 존재를 당당히 내게 인식시키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스테로이드 주사도 맞고 약도 먹는다.

이게 갑자기 생기고 잘 사라지지도 않으며

왜 생기는지 명확하지 않고

그 때문에 어떻게 해야 안 생기는지도 알 수 없고

염증만 없으면 같이 살아도 무방하다 하니

눈물 마를 일 없이 속만 타들어 가는 중.

무슨 말인고 하니, 팔에 생긴 석회되시겠다.

근육을 키우면 낫다 하여 열심히 운동해

지금은 통증은 없지만, 한번씩 아프기 때문에

아주 예의주시하며 알뜰하게 살피고 있다.

염증이 심하면 엉엉 울게 되는 썩이.

왜 내 눈앞에 나타나~ 왜 네가 자꾸 나타나~

주사를 몇 번이나 맞았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뼈에 남아버린 썩이.

석회가 일으킨 염증에

뼈도 파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썩이가 사는 팔은 무거운 것을 들 수 없어서

하반기에는 고민 끝에 이북리더기를 살 예정이다.

내게 책과 반려돌은 그런 의미로 이어져 있다.

썩이가 진짜 돌처럼 가만히만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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