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집 앞 공원 소나무 위
까마귀 한 마리
우렁차게 소리 지른다.
무대 위 성악가처럼
새까만 날개옷을 입은 마왕처럼
고독한 명상가처럼
아니, 공원을 홀로 차지하고 싶은 욕심쟁이처럼
문득, 소름 끼친다.
뭐라고 하는 걸까, 나에게 말하는 것일까?
우는 건 아닐 거야.
울고 있다고 하기엔 너무 씩씩하거든.
나 여기 있다! 나 여기 있다! 나 여기 있다!
너 어디 있니! 너 어디 있니! 너 어디 있니!
그래, 맞아! 까마귀는 친구를 부르고 있는 거야.
그 밖에 할 말이 뭐가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