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네 슈퍼에서 너를 발견하곤
얼마나 기쁘던지
분홍이도 옆에 있었지만
남보라색 수국 너는 내 첫사랑
소담하게 풍성한 꽃더미가 깻잎 방석 위에 앉아있었지.
서른 개가 넘는 꽃송이들이
한 꼭지를 의지하여 미모를 뽐내고 있으니
너희들은 한 형제
언니꽃들이 맵시를 자랑하는 동안
동생꽃들은 제 차례가 오길 기다리며 숨어있구나.
너희 미소가 방안을 환히 밝힌다.
물을 줄까? 햇빛을 쬐어줄까?
바람을 맞게 해 줄까? 음악을 들려줄까?
수국아
나의 이 행복한 고민들이 들리니?
그런데 이를 어쩌니
겨우 사나흘 지났는데
네가 자꾸 이상해 보인다.
꽃잎이 얼룩지고
잎사귀는 하나 둘 힘을 잃고 쓰러진다.
물을 너무 많이 주었니?
햇살이, 바람이 그립니?
대지에서 너무 먼 곳, 아파트 고층이 싫은 거니?
기쁨도 잠시, 너는 나를 근심하게 만드는구나!
그래, 내 품에 들어온 꽃들은
너무 빨리 시들어버렸지.
실망하고 또 실망하고.
이번만은 제발! 수국아
여름의 꽃, 신비의 아름다움을 지닌 꽃아
꿋꿋하게 살아나다오.
나비도 꿀벌도 없지만
내 마음 네 곁에 있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