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감정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다뤄낼 수 있어서 괜찮아지는 사람
이겨낸다는 건 잊는 게 아니다
어느 날 문득
아프지 않은 날이 온다.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닌데,
분명 예전처럼 무너지지는 않는 날.
생각은 나지만
삶이 멈추지는 않고,
기억은 있지만
하루가 망가지지는 않는 날이다.
그때 우리는 착각한다.
“이제 다 잊었나 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잊어서가 아니라, 다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정에 지지 않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지우려 할수록 선명해진다는 걸,
외면할수록 더 크게 돌아온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방향을 바꾼다.
“없애는 게 아니라, 다루자.”
이 선택이
회복의 시작점이다.
이겨낸다는 건
아무렇지 않아지는 게 아니다.
다시 떠올라도
예전처럼 무너지지 않는 것,
아파도 하루를 포기하지 않는 것,
감정이 와도
내 삶의 운전대를 넘기지 않는 것이다.
이때부터 사람은
감정 위에 서기 시작한다.
예전의 나는
감정이 오면 전부였고,
기억이 오면 하루가 무너졌고,
한 생각에 인생이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감정은
지나가는 손님이지
내가 아니다.
생각은
잠시 머무는 파도지
내 삶의 방향이 아니다.
이 구분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이미 이기고 있다.
감정에 지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줄 안다.
“아파도 괜찮아.”
“오늘 흔들려도, 나는 나다.”
“이 감정은 나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 말은 위로가 아니라
경계선이다.
감정과 나 사이에
선을 긋는 능력이다.
어쩌면 지금도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회복은 늘
“이제 좀 버틸 수 있겠다”에서 시작된다.
이겨내는 건
대단해지는 게 아니라,
조금 덜 흔들리는 쪽으로
한 걸음 옮기는 일이다.
당신이 지금
예전보다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집착하고,
조금 덜 무너진다면,
이미 잘 가고 있는 거다.
아직 끝이 아니라서 불안한 게 아니라,
이미 끝에서 멀어지고 있어서
낯선 것뿐이다.
감정에 지지 않는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강해지지 않는다.
그들은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던 날들을
조용히 통과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있는 당신도
이미 그 과정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