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류캉입니다.
오늘은 질문을 드리며 시작하겠습니다. 골프는 건전하고 대중적이고 가성비 좋은 취미 활동일까요? 아니면 가성비는커녕 그냥 돈 있는 사람들의 사치성 놀이일까요? 골프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영상을 다 보고 난 후 여러분의 생각에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구력이 몇 년이건 꾸준하게 골프를 치는 건 여러모로 쉽지 않습니다. 건강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또 대단한 금수저가 아닌 이상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아는 한 골퍼가 있습니다. 생김새나 스윙이 마이크 위어(Michael Richard Weir:캐나다 골프 선수. 2003년 마스터즈 우승)와 닮아서 마이크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입니다. 50대 후반의 마이크는 공중파 방송사 주최 아마추어 대회에서 기록한 74타가 공식대회 최저타 기록이고 전성기에는 로우싱글이었던 적도 있었던 골퍼입니다. 요즘은 80대 초중반 정도를 치는 것 같습니다.
마이크가 골프장을 처음 간 건 30년이 넘었지만 대략 20년 정도 시간 동안 골프는 마이크의 유일한 취미로 자리 잡았고 한창 모든 게 좋았던 시절 일 년에 150번 이상의 라운드를 소화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합니다. 라운드를 했던 골프장이 대략 300군데 정도라고 하고 정확한 기록은 남긴 게 없지만 어림잡아 2000번 정도의 라운드를 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럼 마이크는 지금까지 골프로 얼마를 쓴 걸까요?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라운드 당 비용을 20만 원으로 잡아 보겠습니다. 그럼 마이크가 골프로 쓴 돈으로 4억 원이 나옵니다. 당연히 지금의 화폐가치로 환산한 금액입니다. 그린피와 카트비, 그리고 캐디피만 추산한 금액, 즉 순수하게 골프만을 위해 골프장 안에서만 쓴 돈이고 음식과 음료, 고속도로 통행료나 주유비등의 부수적인 지출과 골프 장비와 연습장, 레슨 등의 연관된 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입니니다. 맛있는 음식점의 가성비를 따질 때 주유비나 교통비를 합쳐서 계산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음식 자체의 가성비를 따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고 또 사는 곳에 따라 교통비는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도 순수한 골프비용만을 고려하겠습니다. 내기 등으로 지출된 금액도 뺀 금액이니 거의 최소한의 확정적 지출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4억 원이면 30년 동안 2000번의 라운드라는 전제 조건을 빼고 단순히 골프를 치기 위해 쓴 금액으로만 본다면 꽤 큰 금액인데요, 제가 한번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한번 라운드를 할 때 최소 5시간은 골프장에서 보내게 됩니다. 아무리 라운드를 빨리해도 4시간은 걸리고 미리 도착해야 하고 퍼팅연습도 하고 또 끝나고 샤워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그럼 2000 곱하기 5시간 하면 1만 시간이 나옵니다. 시간당 4만 원을 지출한 셈이네요. 최저 시급을 1만 원으로 잡으면 최저 시급의 4배인데 최저 시급의 4배를 쓰고 무엇을 한다는 건 과연 어느 정도의 사치일까요?
최저 시급을 받는 일을 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주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시급으로 받는 1만 원으로 혹은 어렵사리 일정 금액을 모은다 한들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급일을 합니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겠지요.
다시 골프로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시간당 4만 원을 쓰는 골퍼가 골프장에서 느끼는 행복? 혹은 만족감은 어느 정도일까요? 골퍼가 아니라면 왜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 골프를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더구나 사회적으로 쉽게 지탄받을 수도 있는 게 골프인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마이크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확실할 것 같아. 마이크를 만났습니다.
"마이크, 골프는 뭐가 그렇게 특별난 걸까?"
제 질문을 받은 마이크가 주저 없이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골프장의 모든 홀들은 하나의 정원이야. 아주 크고 아름다운! 더구나 자연 속에 자리해서 더 황홀한. 그리고 세상 어디를 가도 자연 속으로 깊이 파고들지 않으면 사람이 너무 많잖아.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잠깐이라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아름다운 곳일수록 사람은 더 많고... 그런데 골프장은 앞팀도 있고 뒷팀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거든."
마이크가 눈이 반짝이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벅차. 골프장에 가면. 물론 샷을 어떻게 할지도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내게 주어진 공간을 느끼고 무엇보다 그런 공간에서는 나를 마주하는 게 아주 쉽거든. 삶이란 세상을 보며 세상 안에서 내 자리를 마련해 나가는 것 같지만 결국 끊임없이 나 자신을 만나는 시간과 행위라고 생각해. 골프장은 나를 만나러 가는 곳이기도 하고 그게 골프만이 가지는 각별함 같아."
카페 창밖 길건너편 모퉁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쳐다보던 마이크가 씩 웃더니 담배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근데 신기한 게 하나 있어. 요즘 담배가 얼마지? 4천5백 원이 맞나? 어떤 사람이 정말 담배를 좋아하는 애연가야. 그래서 하루에 2갑씩 담배를 피웠다면 30년 동안 얼마를 쓸까? 내가 계산해 보니까 대략 1억 원 정도인 것 같아. 담배에 비하면 골프에 쓴 돈은 조금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커피도 떠올랐습니다. 커피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식사는 대충 때우지만 커피만은 좋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는 커피. 30년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커피에 쓰는 돈은 얼마나 될까요?"
마이크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넌 어떻게 생각해? 4억."
"4억? 큰돈이지. 20년 전만 해도 최소 1억을 써야 싱글이 되고 로우 싱글이 되려면 3억을 써야 한다는 말이 있었어. 그땐 1억이 정말 큰돈으로 느껴졌는데 단순히 물가가 상승하거나 화폐가치가 하락해서가 아니라 요즘은 1억? 정말 그때와는 달리 작은 돈이 된 것 같더라. 내가 썼을지 모르는 4억도 꽤 큰돈이라야 맞는데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제 4억은 그렇게 큰돈이 아닌 것 같아."
"그러게, 당연히 4억 원은 어마어마한 돈인데! 나도 비슷한 느낌이야. 좋은 직장이 아닌 다음에야 10년을 일해도 모으기 힘든 금액이잖아. 4억!"
"그렇지. 당연하지. 근데 판데믹 이후에 내 아파트 값이 거의 15억이 올랐거든. 그래서 그런가? 30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치며 쓴 돈이 4억이면, 겨우 4억이 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그동안 골프에 무척 많은 돈을 썼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내가 쓴 돈이 참 적은 금액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이크는 요즘 해외, 특히 일본으로 골프를 자주 간다고 합니다. 이유는 압도적인 가성비 때문이라고 하네요. 30년 동안 겨우 4억을 썼지만 최근 한국 골프장의 그린피와 카트, 캐디피는 겨우 4억을 쓰고 3년 동안 15억이나 오른 아파트에 사는 마이크이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제가 마이크라면, 아니 마이크처럼 3년 만에 15억이 오른 아파트가 있다면 라운드 한 번에 50만 원이 드는 편안하고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골프를 칠 것 같은데 굳이 해외로 힘들게 여행을 떠나는 마이크가 한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