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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색무취 Oct 18. 2022

돌아온 브런치

왜 브런치를 하고 있는가

     주말을 강타한 화재 사고로 인해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먹통이 되고 브런치 또한 영향을 받아 한동안 접속이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며칠 뒤에야 다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정상화가 되어 놀라웠다. 주말을 불태우며 일하신 관련 종사자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포털은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이니 이를 위해 더 많은 사용자들을 시스템 안에 가둬두어야 하고 브런치 플랫폼도 이 중 하나인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오늘도 내가 쓰는 가치 없는 글은 몇몇 인내심 많은 분들의 눈에 들어와 몇 초에서 몇 분간의 시간을 카카오 시스템 내에서 보내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도 아니고 금전적 이득을 보는 일도 아니지만 브런치가 돌아온 것에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도 여기에서 무의미한 글을 끄적이고 있다. 역시 나는 정신이상자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대체 왜 이러고 있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무의미함' 이 내가 브런치에 글을 적게 되는 이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모든 부분이 한결같이 의미가 있어야 할까? 시간은 귀중하니 언제나 돈이라 생각하며 교환해야 할까? 이 글을 잘 읽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부탁하며 KPI 지수를 채워야 할까? 하루종일 이 노예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채찍에서 벗어나, 지금 잠시 그냥 시간을 보낼 수는 없을까? 이 시간을 낭비 혹은 무의미하다라고 하는 목소리에서 귀를 막고 그저 잠시 흘려보내게 내어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의미와 목적이 있는 한 말과 글은 수단이 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체제 유지가 목적이었던 공산주의에서, 돈벌이가 목적이었던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말과 글이 오염되었는지 지난 세월을 통해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조직의 목적이 맘에 들지 않지만 별다른 힘과 재주가 없는 내가 선택한 방법이 결국 침묵과 대화의 단절이었던 것처럼. 


      20여년 전 친구들과 함께 갔던 울릉도 여행길이 생각난다. 성인봉을 넘어 나리분지를 통해 내려와 그저 앞에 보이는 바다까지 걸어보자고 이야기한 후 우리 세 사람은 지도도 없이 그저 걷고 또 걸었다. 가는 길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마침내 내려오는 언덕길에서 나는 지금껏 살면서 보아온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보았다. 이후 바다가 그리울 때 제주도, 하와이, 플로리다, 캘리포니아의 이름난 해변들을 몇 군데 찾아가 보았지만 그때 그 바다와 같은 감동을 준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당연하게도 그 때 그 바다가 있던 곳의 지명과 위치가 어디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며 목적 없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의 마음은 치료되었다. 거짓된 시스템은 이를 낭비라고 가르쳤지만 가볍게 무시해 버리면 될 일이다. 목적을 강요하며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광고가 없으니 이 곳에서 글을 적는 것이 나쁘지 않다. 브런치가 가급적 오랫동안 존속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브런치 플랫폼을 관리하시는 분들의 성과와 생업을 위해서는 당연히 매년 조금씩의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구글 메일, MS 윈도우가 그랬던 것처럼 조금씩 더욱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브런치는 조금 더 천천히 이 길을 갔으면 하는 작은 바램 또한 추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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