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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색무취 Nov 11. 2022

운수 좋은 나날

내 차례는 언제일까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Layoff 소식이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매년 있는 일이니 조금씩 무뎌진다고 하지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 시기는 대체로 기업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 후 보너스를 주거나 주가방어를 위해 Layoff 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껏 회사 생활을 하며 추수감사절 또는 성탄절을 앞두고 Layoff 가 있었던 적이 참 많았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쉬어야 할 명절에 맞추어 왜 이런 이벤트를 벌이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망각의 동물인 인간의 속성을 이용해 연휴 기간 동안 당사자는 울분을 가라앉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서히 잊고 적응하게 하는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Layoff 를 견뎌내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보통 적게나마 보너스가 쥐어진다. 경영진이나 디렉터급 매니저가 아닌 이상 크게 많지도 않은 돈이지만 이를 받을 때마다 늘 피묻은 돈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내 차례는 언제일까.    


    누군가를 피를 흘리고 남은 자들이 그 고기를 나눠 먹는다. 고기를 잘게 쪼개기보다는 입을 줄이는 방법으로 간다. 이 참으로 먹이사슬에 충실한 세상이 아닌가. 겉으로는 늘 친절하고 아름다운 말과 모습을 보여 주는, 선진국이라 불리는 서구 세계의 실제 모습은 사실 개인의 욕망에 충실한 동물의 왕국에 더 가까워 보인다. 수년 간 함께 했던 동료가 사라져도 'Gone' 이라는 말과 함께 바로 잊어버리는 이곳의 냉랭함이 섬뜩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금융치료의 기쁨보다는 '다음 차례는 너야'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메세지가 더 크게 들려오는 것만 같아 이 시기가 되면 씁쓸한 감정이 마음을 덮는다. 


(과연 내 차례는 언제쯤?     - 출처: https://insights.dice.com/2019/03/26/letters-layoffs-actually-telling-you/)


    러시안 룰렛을 피해 운수 좋은 나날을 보내는 난 오늘도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월급에 기뻐하는 정석적인 회사원의 연기를 하고 있다. 어차피 연기면 어떤가. 기왕 연기를 할 거면 구토가 날 정도로 확실히 해 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 훌륭한 시스템에 대한 리스펙으로서. 


    오늘도 Layoff 뉴스는 계속 업데이트 된다. 내 영혼은 타락하여 영향받은 사람들이 점점 더 숫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기뻐하며 세브란스 패키지와 함께 은퇴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비자 유지에 실패해 고국으로 귀국할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를 포기하며 그대로 창을 닫는다. 


    조금 더 좋은 뉴스가 필요하다. 가식적인 회사원을 연기 중인 무색무취 씨는 잠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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