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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색무취 Apr 24. 2023

두 번째 부업

마음의 평화를 위해

    인플레이션으로 계속 물가는 오르지만 역시나 연봉은 잘 오르지 않는다. 고금리 상황에서 주문량이 줄고 자금융통이 어려운 기업들이 연봉을 올려주기 힘든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 국채에 대한 투매가 계속 나오는 한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고 월급에 의존하는 직장인들의 지갑은 날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부업을 통한 투잡, 더 나아가 N 잡이 간절한 시점이다. 물론 이를 실행하는 데에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우선 현 회사의 일반 규정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Conflict of Interest를 피하기 위해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설령 동종업계를 피해 일하더라도 계약 근로시간이 침해당하거나 성과가 떨어진 것이 입증된 경우 Conflict of Interest 범주에 들어올 수 있으므로, 현재의 풀타임 직장에서 늘 동일한 업무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입사 시 개별적으로 사인했던 문서들을 자세히 리뷰하고 문제 소지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HR에서 별도의 문서를 사인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으며 매니저의 동의를 얻은 상태였기에 일반 규정의 지침만을 따르면 되지만, 몇몇 지인들의 경우 부업 금지 혹은 동종업계 재취업 제한과 같은 문서에 사인을 한 상태여서 활동의 폭이 좁아진 분들이 있다.


    이렇게 우선 주 밥그릇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한 이후엔 부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만들어 사업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만 아직 능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고용 형태의 부업 중 일정이 유연하거나, 장기적으로 나에게 꼭 필요한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직종을 골라 지원하며 기회를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파트타임 부업은 공학계열 학교의 온라인 강의를 하는 것인데, 이와 유사한 과정을 제공하는 다른 학교에서 이번에 기회가 왔다. 온라인 학교에서 원하는 사람은 대체로 굴곡 많은 삶을 살아가는 성인 수강생을 대상으로 친절히 그리고 필요시 유도리를 발휘해 편의를 봐 줄 수 있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강사인데, 다행히 인터뷰 시 현 학교의 경험을 좋게 봐 주어서 감사하게도 올 여름부터 두 번째 부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유명인이 아닌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강의는 별로 큰 돈이 안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일단 초기에 자료를 좀 만들어 놓으면 다른 기관에서 비슷한 유형의 기회가 왔을 때에도 큰 노력 없이 진행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하게 운영하고 확장할 수 있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거나 고소득 부업을 찾기 전까지는 무난히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업종 중 하나라 생각된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보통 처음 6개월 - 1년 정도는 시행착오와 배움을 통한 인내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이 기간동안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돌발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이 과정이 지나고 나면, 일이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일상의 한 부분으로 녹아들게 되므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부업을 계속해서 찾고 있고, 그만둘 이유가 없는 이유는 사실 부업을 함으로서 일상 생활에서 더 큰 에너지를 얻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제든지 본업에서 해고가 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부업을 하며 부가수익을 얻게 되면 앞날에 대한 걱정에서 상당 부분 자유롭게 되므로 업무시간에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직장 내 정치꾼들의 음해나 어이없는 고객의 요구에도 심리적으로 한 발 멀리 떨어져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힘이 생기므로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적어진다.


     금융 억압과 세계질서 재편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도 어려워진 시대다. 가장 혼자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었던 예전의 세상이 참으로 그립지만, 안타깝게도 과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얇아진 지갑도 문제지만, 자신에게 아무 대안이 없을 경우 찾아오게 되는 무력감이 더 큰 문제라 생각한다. 무력감을 없애기 위해 선택한 초보 N잡러의 길이지만, 지금껏 그 효과는 나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더 새로운 일들을 배우며 성장하는 선택을 할 것을 다짐해 본다. 어차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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