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lback Mountain
이번 주에는 피닉스에서 등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가 보았을 장소인 Camelback Echo Trail 에 올라가 보았다. 이 루트는 여러모로 유명한데 우선 첫 번째 이유는 Camelback Mountain 에 올라가면 Paradise Valley 대저택들의 뷰를 감상할 수 있고, 반대편 쪽으로도 쾌적한 동네 Arcadia 및 피닉스 중심가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 눈이 심심하지 않다. 다음으로는 다운타운 근처에 위치하면서도 경사가 제법 있어 상당히 올라가기 까다로운 산이라는 점인데, 이 때문에 매년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거나 사막의 낮 기온을 가볍게 여긴 등산객들의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금껏 이 지역에 살면서 거의 매년 Camelback 등반 도중 사망-사고 사건 뉴스를 접한 듯하다.
산 동쪽으로부터 올라가는 Cholla Trail 에 비해 서쪽에서 시작하는 Echo Trail 의 거리가 더 짧지만, 경사가 더 급하고 등반 난이도가 있어 이 코스의 인기가 더 높은 편이다. 인명사고가 매년 발생하자 몇 년 전부터 한여름철에는 Echo Trail 을 폐쇄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이제는 매년 초가을에서 이듬해 초여름까지 등반이 가능하게 되었다.
역시나 이 곳도 다른 애리조나 산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바위 + 선인장 + 가시나무 조합이긴 하지만 조금 더 갈색과 덩어리 느낌이 나는 곳이다.
최근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 공기가 더 안좋아지긴 했지만, 다행히 이 날 아침도 이전 산행과 마찬가지로 맑은 하늘과 공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시기엔 꽃가루들이 많이 날리기에 기본적으로 항상 있는 사막의 모래먼지와 뒤섞여 좀 더 누런 빛을 띄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아침 6시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온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이렇게 일찍 산행을 마치고 오는 사람들은 보통 한결같이 몸에 균형이 잡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비만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들 특히 Camelback 에 오를 정도의 체력이 있는 사람들은 꽤나 관리를 잘 한 사람들로 보인다.
7시도 지나지 않아 햇살이 밝게 비춰오기 시작했고 산 아래 집들의 모습이 좀 더 선명하게 보였다. 늦가을에도 오전 9시를 넘어서면 제법 기온이 올라오는데, 여름철에 가까울수록 좀 더 빨리 산행을 시작하지 않으면 더위를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이전의 South Mountain, Piestewa 에 비하면 좀 더 뭉툭하고 볼륨감이 있는 돌무더기들이 쌓여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하나 하나 밟으면서 올라가기 때문에 경사가 완만하지 않고 급변하는 구간이 많아 제법 등반이 까다롭다. 꾸준한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중년 이후에는 힘들 수 있다.
앞에 보이는 경사로는 맨 처음 Camelback Echo Trail 에 오를 때 등반객들의 힘을 빼놓게 하는 구간인데, 부드러운 흙이 아닌 바위를 밟으며 경사길을 올라가야 하기에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경각심을 불어넣어 주는 곳이다.
정상에 가까워질 수록 근처 피닉스 타운들과 다운타운 빌딩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피닉스 메트로 지역은 다운타운의 몇몇 빌딩들을 제외하고는 타 유명 도시들에 비해 밀집도가 크지 않다. 대부분의 시설들이 넓게 퍼져 있어 혼잡함이 덜한 편이어서 생활하기에 쾌적한 곳인 것 같다.
예전 회사에서 가까웠던 Papago Park 이 우측에 보인다. 이 Papago Park 은 독특한 생김새로 인해 나름 이 지역의 명물이어서 예전 회사에서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종종 가 보았던 곳이다.
산 아래로 Paradise Valley 지역에 위치한 몇 개의 대저택들이 보인다. 카메라 성능이 좋지 않아 더 좋은 뷰를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산 아래, 고립된 공간에 자신만의 성을 짓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이라고 별 것은 없고 그저 돌무더기와 좀 더 선명히 보이는 도시의 광경이다. 다만 이제는 미국의 손꼽히는 대도시 중 하나인 피닉스 시 전체의 광경을 바라볼 수 있고 상당히 가파른 길을 올라왔다는 성취감이 더해져서 정상에서의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
사진에서 보듯 Camelback 근처에서는 헬기가 꽤나 자주 움직였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이 지역에서 등반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만큼 그에 대한 예비 조치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예전 South Mountain Busera Trail 에서 보았던 Busera 와 비슷해 보이는 나무가 있어 사진에 담아 보았다. 잎이 잘 보이지 않아 Busera 잎에서 나는 특유의 향기는 확인할 수 없었다.
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내려오며 돌산의 모습을 다시 담아 보았다. Papago Park에서 종종 보이는 돌의 느낌과 비슷한데 부드러움과 거친 느낌이 함께하는 것 같아 보기 좋은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멀리 보이는 동료 두 분의 사진을 담아 보았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었던 길이었고 지금처럼 날씨 좋은 늦가을이 아닌 초여름에 이 곳에 왔다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았다. 좀 더 체력을 단련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기분 좋은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