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by 보라


저녁 찬거리에 쓸 양파를 썰다

슬금슬금 눈이 빨개진다.


코끝을 스치는 매운 내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마음을 찌르고,

아픈 가슴 부여잡은 손은

또 다른 비수가 되어

너를 스친다.


토끼처럼 빨간 눈에

눈물방울이 또르르 굴러 내리고,

설움 가득한 사람처럼

눈물, 콧물 다 짜낸다.


양파란 놈,

너도 상처받았구나.


송진처럼 뽀얀 물을 흘리며

말없이 아픔을 털어내니,

넌 나와 닮았구나.


넌 내게 좋은 것인데,

우린 왜 도마 위에서 함께 우는 걸까.


양파란 놈 때문에,

아니, 아마 나 때문이겠지.


눈물과 콧물이 뒤섞인 얼굴로,

우리 함께 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