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물다 가는 색, 그러나 마음엔 오래 남는 계절의 이야기
올해 단풍은 평년보다 사흘, 나흘쯤
늦게 물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색감만큼은 예년보다 더 선명하고,
한층 깊게 번지고 있지요.
조금 늦게, 그러나 더 진하게 번져가는 가을.
'더위가 한풀 꺾였나?
바람이 가을을 데려왔나?
하늘이 조금 더 높아졌나?’
창가에 서서 고개를 내밀어 봅니다.
낮과 밤의 온도 차이에 천천히 적응하는 사이,
가을은 어느새 성숙의 얼굴을 드러냅니다.
많은 이들을 시인으로 만드는 계절.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을 달리 머금는 단풍이
지금, 제 빛을 농익히고 있습니다.
오늘은 단풍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지난봄,
꽃이 떠난 자리엔 연둣빛 새잎이 돋았고,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그 잎들은 무르익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가장 아름답고 그윽한 색으로
자신을 물들이고 있지요.
캐논 비치의 노을처럼 불타오르고,
루비 비치의 하늘처럼 쓸쓸한 색.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따스한 색.
그러면서도 모든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완벽한 색.
단풍은 그렇게
시간의 결을 따라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머뭅니다.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풍의 형태와 색채가
아주 잠깐, 우리 곁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엔
언제나 추억이 남기 때문이지요.
젊은 날의 사랑처럼 강렬하고,
해 질 녘 노을처럼 짧기만 한 가을날의 색채.
이 가을에도, 그리워합니다.
오래 누릴 수 없기에 더 애틋한 아름다움들을.
그래서 더 찬란하고 소중한 것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