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가을을 묻다

오대산 선재길에서

by 보라


나를 볼 때마다

수줍은 듯 얼굴 붉히던 당신.


"잘 지냈냐"고,

"좋아 보인다"고,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던 당신.


그런 그대의 얼굴만큼이나

이 길은 붉게 타오르고 있더군요.





눈물인가, 빗물인가.


나리는 물방울이 길을 적시는데

눈가를 촉촉이 적시고 돌아섰던

어느 가을날이 떠오릅니다.


"행복하라"고,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차마 듣고 싶지 않던 말을 두고 떠난 당신.


그와 함께 붉게 흩날리던 가을날의 추억들이

까맣게 바스러져 갑니다.


세월에 닳고 닳아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어느 가을날.


오대산 선재길에서

사라진 그날을 묻고 옵니다.





나는 그렇게,

또 한 번 가을을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