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INFJ인가요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학창 시절 자주 불렀던 '개똥벌레'의 노랫말이다. 가끔 외로울 때면 왜 나에겐 친구가 많이 없을까 생각하며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지금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구한 상태이다. 세상을 떠돌아다닌 지 오십 년이 지나도 아직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젊을 때보다는 더 잘 알게 되었다.
개똥벌레는 가슴을 내밀었지만 나는 내밀지 않았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면 가까이하지 않겠다는 외골수 같은 고집이 있었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수다는 시간 낭비 같아서 싫었다. 그렇게 말문을 닫으니 주변에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간혹 너무 내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나를 속이고 흥미도 없는 이야기에 고개를 주억거리고 인정과 예의에 끌려 거절을 못 할 때도 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스스로가 싫어지고 몹시 피곤해졌다.
조용하고 평화롭게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다. 역시 나는 MBTI 성격 유형 중에서 INFJ가 맞는 것 같다. 사람들과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기가 빨린다고 생각하고 꼭 혼자만의 시간이 그만큼 필요해지는 INFJ. 나이가 들수록 무계획적이고 감정적인 경향이 강해져 INFP와 좀 헷갈리긴 하다. 어쨌든 지금까지 INFJ로 살아가기가 참 녹록지 않았다. 나의 성향이 그러했기 때문에 점점 더 달팽이처럼 외로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기질은 집안 내력인 경우도 많다. 부모님도 대체로 내향적인 분이셨고, 특히 어머니는 누가 집에 오는 것을 몹시 부담스러워하셨다. 우리 4남매 모두 친구가 많이 없는 편이었다. 대인관계가 어려웠고, 오빠는 그런 성향이 가장 강했고 둘째 언니는 그나마 제일 원만한 편이었다. 우리 집 아이도 둘 다 내성적인데, 첫째는 친구를 만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될까 봐 걱정스러울 정도다.
타고난 기질과 성격, 자라온 환경 때문도 있겠지만, 한 지역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근무처도 이동이 잦은 편이다 보니 더욱 인간관계의 폭이 줄어들었다. 외향적인 사람이 자주 이동을 하게 되면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친구도 많아지겠지만,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나처럼 되기 십상이다. 말이 많지 않은데 친해질 즘 되면 또 이동한다. 그러면 물리적 거리만큼 다시 서먹해지는 것이다.
친해지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똬리를 틀 듯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그러면서도 이상적인 친구를 꿈꾸며 외롭다고 툴툴거린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외향적이고 말 잘하고 사교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끄럼이 많고 내성적인 아이라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부모님은 은근히 걱정을 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서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성격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강점과 자질을 발견한다. 그래서 나도 스스로에게 말한다. 친구가 많이 없어도 진실되게 살아가면 된다고, 나의 길을 열심히 걷다 보면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럼 또 함께 걸어가면 된다고. 개똥벌레처럼 마음을 다해도 친구가 없을 수도 있고, 그건 내가 부족하고 이기적이거나 인간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탓하지 말고 가슴을 쫙 펴고 진실되게 살아가는 것, 혼자 외롭게 나의 노래를 부르는 것, 그것이 나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 goodfunlover,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