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바라는 아내는 자신을 떠받들어주고 예쁘게 말하는 다정한 여자였다.
그녀가 바라는 남편은 함께 여행도 다니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는 남자였다.
우리가 바라는 친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고 소중하게 아껴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가 나오는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는 둘은 이혼 상담 중의 과제로 서로의 어떤 점을 좋아했었는지 편지로 쓰게 된다. 찰리는 니콜의 '춤을 잘 추고, 즐거움을 전염시키고, 아이와 진심을 다해 놀아주고, 뜻밖의 좋은 선물을 주고, 다그칠 때와 혼자 두어야 할 때를 잘 알고 지는 것을 싫어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니콜은 찰리의 '아빠 역할을 잘 해주고, 영화를 보다가 잘 울고, 취향이 분명하고, 깔끔하고, 옷도 잘 입고, 여자의 감정 변화를 잘 받아주고, 승부욕이 강한' 모습을 좋아했다. 하지만, 어쩌면 둘 다 승부욕이 강한 공통점 때문에 점점 서로에게서 멀어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찰리는 니콜이 연기를 하거나 연출을 하는 것보다 아내와 엄마로 살아줄 것을 원했다. 니콜은 자신의 아이디어도 남편의 공(供)이 되고 커리어가 묻히는 것에 분개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어 했다. 우리는 모두 처음에는 서로의 장점을 실제보다 더 크게 받아들여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살아가면서 그렇게 매력적이던 장점은 점점 볼품없이 작아지고, 결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리 앞에 크게 다가온다.
한때 남편은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순수하고 다정하며 열정적이었다. 남편은 나이보다 어리고 순수해 보이는 내 모습과 특이한 커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만났던 그 순수하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수많은 상처와 어긋남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오랜 친구와도 어려운 시절을 함께 버티고 서로에게 위안을 주었지만, 작은 오해가 쌓여 시절 인연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서로에게서 어떤 모습을 부각시켜서 볼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다. 지난 시절의 잘못과 상처만 되새김질하면 하루도 함께 살지 못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함께 함'을 선택했다면, 처음 그 모습은 아닐지라도 서로의 좋은 점을 인정하고 그것에 눈길을 주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이 나지 않으면 아주 사소한 장점이라도 상관없다. 화장실 변기가 막혔을 때 뚫어줄 사람, 열리지 않는 병뚜껑을 열어줄 사람, 귀찮은 연말정산을 대신해 줄 사람, 내가 없을 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간 일은 우리에게 상처를 남겼을지라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 마지막 날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나간 일이 우리에게 던져준 의미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나간 일에 앙심을 품고 오늘을 불행하게 살기에는 내 인생이 아깝다. 때로 외롭고 때로 힘들어도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처럼 모든 것은 지나갈지니, 오늘은 후회 없이 노래를 부르고 꿈을 꾸기로 하자. 마지막처럼 가을볕을 느끼며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