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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Apr 02. 2024

어른의 삶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뭐하나 좋은 일이 없다. '힘들다, 힘들다' 하니 힘든 일만 생기는 걸까.

'괜찮다, 괜찮다, 금방 괜찮아질 거야' 되뇌며 초연하게 살려고 했다. 하지만 애써 괜찮은 척하다가 전혀 괜찮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조금 나아지는가 싶다가도 금세 똑같아지고, 급한 불 껐다 싶으면 또 쌓이는 일거리들. 결국 스스로의 나이 듬과 무능함을 느끼며 초라해졌다. 


얘기할 곳이 없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철인데 맨날 힘들다고 주절대는 건 듣는 사람도 싫증 나는 일이고, 그렇게 눈치를 보다가 결국 말을 줄였다. '든든한 직장 있겠다, 몸도 건강하겠다, 니가 뭐가 힘들어. 감사하며 살아야지' 따위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운이 빠진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전에 똑같은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다. 말은 대상을 찾지 못하고 가슴에 머물고 다용도실엔 빈 맥주 캔만 조용히 쌓여갔다.


글을 쓴다는 것도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글을 쓰다 보면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나는데 드높은 내 자존심을 채워줄 만큼 모든 것이 따라주지 않았다. 시간도 없고 재능도 열정도 부족했다. 부족한 시간을 짜내기 위해서는 더 큰 열의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택한 건 글보다 탈출구였다. 벚꽃 철이라 연일 바깥나들이를 했다. 피곤함이 쌓였다.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걸 잊어버릴 수 있어서. 못 나가는 날에는 그냥 멍하니 유튜브로 여행 영상을 보았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의 여행 이야기로 대리 만족이 되었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버틴다는 것. 3월 가면 좀 낫겠지, 그러다 4월이 되었다. 4월이 지나가면 조금 더 낫겠지, 그렇게 독백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것. 그것이 어른의 삶인지도 모르겠다. 

굳은 바위틈에서도 잎이 돋고 꽃이 피던데, 굳세게 버티다 보면 내 인생도 꽃 피는 날이 오겠지. 

이미 그런 날 다 지나갔다고 말하지 마오. 

내일을 위한 달콤한 속삭임에 미친 척 속아주며 살아야지. 살다 보면 등 뒤의 짐이 조금 가볍게 느껴지는 날이 있고 현재에 익숙해지면 어느새 슬그머니 지루함이 깃들 날 오겠지. 

그때까지 조금만 더 힘을 내기로 합시다. 지금 힘든 사람들 모두와 그렇게 버텨 보기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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