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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Jul 14. 2024

내가 글을 쓰는 건

글쓰기와 책 출판에 관한 단상



내가 글을 쓰는 건 내 안의 짙은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서다.

두레박을 내려 어둠을 퍼올리고 또 퍼올리면 언젠가는 어슴푸레 빛이 차오르겠지.

내가 글을 쓰는 건 세상사에 시달려 여기저기 난 생채기를 혼자 보듬어 안는 몸짓이다. 

파도처럼 왔다 가는, 멀어졌다 또 조금씩 가까워지는 사람들, 가족들.

모두를 껴안을 수 있을 때까지, 미움에 지쳐서 사랑하게 될 때까지 계속 돌아봐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책을 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사라졌다가 다시 일어나곤 했다.

책을 낸 작가들은 상반된 말을 한다.

책, 그거 내도 처음에만 좋지 좀 지나면 별 차이 없이 그냥 무덤덤해진다.

어떤 사람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책은 진짜 한번 내봐야 한다, 책을 내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했다.

내가 책 낸다고 해도 누가 사보겠어. 이런 생각으로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 책을 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부러울 것이고, 애써 잠재웠던 욕망은 또 불쑥불쑥 솟아올라 스스로를 불만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것이다.

그래서 pod든 자비출판이든 어쨌든 책은 한번 내봐야 할 것이다.

유럽 여행 한 번 갈 돈으로 자비 출판을 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자비 출판을 해도 책이 너무 안 팔리면 부끄럽지 않나. 계약금을 받고 내는 것이 아니고 자비로 책을 낸다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자존심 때문이겠지.

결국 부크크 같은 pod로 마음이 기운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나만의 책을 내야겠다. 주문 제작식 셀프 출판이라도 괜찮다. 그 또한 공부와 자산이 될 것이다.



오늘도 글은 못 쓰고 도서관에 가서 글쓰기에 관련된 책만 몇 권 빌려왔다.

옛날에 공부할 때 일기를 쓰며 각오를 다졌던 것처럼, 글을 쓸 때도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진다.

정작 중요한 글은 언제 쓰나.


"그냥 써라, 또 써라, 막 써라.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알게 될지니..." 또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쓰는 것이 재능이고 작가다."

이런 글쓰기 작법서의 공통분모를 빼고 남은 꿀팁을 책에서 찾아본다.

하지만 결국 마음에 남는 건 글을 쓰는 자세, 작가의 각오다.

이런 말, 이런 다짐하는 것도 수십 번은 넘었을 것 같은데, 나는 오늘도 쓸만한 글은 못 쓰고 각오만 다진다. 

이런 변함없는 원석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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