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처럼 세상과 맞서다

by 류다




제나라(齊--)의 장공(莊公)이 어느 날 사냥을 갔는데, 사마귀 한 마리가 다리를 들고 수레바퀴로 달려들었다. 그 광경을 본 장공이 부하에게 「용감한 벌레로구나. 저놈의 이름이 무엇이냐?」 「예. 저것은 사마귀라는 벌레인데, 저 벌레는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 모르며, 제 힘은 생각지 않고 한결같이 적(敵)에 대항하는 놈입니다.」 장공이 이 말을 듣고 「이 벌레가 만약 사람이었다면 반드시 천하(天下)에 비길 데 없는 용사였을 것이다.」 하고는 그 용기에 감탄(感歎ㆍ感嘆)하여 수레를 돌려 사마귀를 피해서 가게 했다.

출처 : 디지털 한자사전 e-한자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아서다'라는 뜻의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고사성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고등학교 시절의 내 모습은 이렇게 사마귀처럼 제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고 날뛰는 형국이었다. 물론 나 자신이 스스로를 보고 사마귀를 떠올리지는 않았을 터, 중3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한 말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객관적인 표현이 아니었을까.


보통은 중학교 시절이 제일 겁 없이 설치는 시기요, 치기 어린 반항기인 경우가 많은데 중학생 시절의 나는 그럭저럭 모범생의 길을 걸었던 것 같다. 국어와 영어를 특히 좋아했고 가끔은 시도 썼으며 친구와 편지 주고받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던 내가 삐딱선을 타게 된 것은 어쩌면 고3 때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겉보기에는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아이였으나 속으로는 남모를 반항심이 불타올랐다. 부모님을 포함한 기성세대를 경멸하고 나는 다르게 살 거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때는 학교에 급식이 되던 시절이 아니라 고3 학생들 대부분이 도시락을 2개 싸가지고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했다. 학교가 싫고 담임이 싫었던 나는 자율학습을 왜 강제로 참여해야 하냐면서, 어느 날 자율적으로 집에서 공부하겠다고 수업을 마치고 그냥 집으로 갔다. 그런 이유로 담임선생님께 불려가 상담실에서 뺨을 맞았다. 안 그래도 하얀색으로 칠해진 고3 건물을 '정신병동'이라고 부르던 아이도 있었는데, 나는 이런 정신병원에 계속 다닐 수 없다고,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울면서 난리를 부렸다.


그 맘 때는 부모님 말씀보다 친구 말을 더 잘 들을 때인데, 나 역시 그 친구의 설득으로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계획은 자연히 포기했다. 대신, 앞으로 야간자율학습은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싶을 때만 하겠다고 담임선생에게 통보를 했다. 간혹 공부하고 싶어질 때면 남아서 공부를 했는데, 그럴 때마다 담임의 조롱하는 눈빛과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집에 갈 때가 더 많았다. 집에 와서 공부를 하기에는 너무 잡생각과 고민이 많았다. 어두운 방주 같은 내 다락방에서 펀둥펀둥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촛불을 켜놓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때도 많았던 것 같다.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조금만 제대로 공부를 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신도 안 받쳐주는데 꿈은 원대해서 서울권의 대학을 희망했다. 완전한 문과 체질이라 수학, 과학이 너무 약하고 수학은 거의 포기 상태였음에도 서울권 중상위 대학에 원서를 낼 거라고 서울로 올라가기도 했다. 내심 몹시 불안했던지 서울에 사는 친척 언니의 만류에 너무나 쉽게 설득당해서 원서를 내지도 않고 집으로 내려와 버렸다.


대학 가기가 어려운 학력고사 세대였고 선지망 후시험 제도를 시행하던 그 때. 평소의 모의고사 시험 평균에 준해 희망하는 학교에 원서를 내고 그 이후에 학력고사를 치게 되었다. 이미 집이 있는 지방대로 마음을 굳혔는데도 담임이 쓰라는 A대학 낮은 과나 B대학 상위권 학과는 자존심 때문에 못 내고 A대학 중위권 학과를 지망했다. 친구와 같은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학력고사를 잘 치면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불안에 떨다 시험을 망쳐서 불합격을 했고, 정원이 남은 후기 대학이나 전문대학을 가야 할 입장이 되었으나 도저히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재수하라고 설득하는 언니 말을 무시하고 뾰족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아니, 대체 왜 그랬을까! 지금의 나로서는 그때의 내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고 별개의 사람인 것만 같다.

당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베스트셀러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나는 이미 대학에서 배울 게 없다, 모든 사람이 다 대학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며 내 생애 최악의 반항기를 맞이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남들과 똑같이 살고 싶지 않았고, 다르게 살아도 된다며 독자노선을 걷기로 결정했다. 아마 당시 나는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했고 세상을 우습게 보았으리라.


아버지와 오빠 사이가 안 좋아서 늘 시끄러운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돈을 벌어 독립하고 싶었다. 화목하지 않은 집에서 떠나는 것이 내가 살 길이라 성급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미 삼십 년도 더 지난 일이라 내 마음의 어지러운 풍경과 갈등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지만, 어쩌면 한마디로 더이상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그래, 공부가 하기 싫었고 세상에 나가서 나를 외치고 싶었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내가 세상을 이기고 바꿀 것이라고 사마귀처럼 딱 버티고 서서 수레 앞을 막아선 것이다.



# Bgm. Smells like teen spirit / Nirv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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