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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야 Nov 05. 2024

생일날의 긴박한 실종 사건

여름이 시작되던 그날, 나는 걸스카우트 담당교사로서 아이들을 데리고 케리비안베이를 방문했다. 공교롭게도 내 생일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저녁에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에 들떠 있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무사히 잘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뜨거운 햇살이 온몸에 내리쬐었고, 시원한 물놀이 기구들이 케리비안베이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도 나만큼이나 흥분한 듯 보였다.     


"얘들아, 모둠별로 꼭 이동하고 한 시간마다 선생님한테 인원보고 해야 하는 것 알지?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하고. 재밌게 놀고, 알았지?“    


아이들은 기분 좋게 대답하며 흩어졌다. 5, 6학년 아이들은 모둠별로 각자의 놀이기구를 타러 가고, 선생님과 함께 다니고 싶은 3, 4학년 친구들은 나와 함께 이동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물소리가 뒤섞여 케리비안베이는 활기가 넘쳤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덧 오후 5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을 모으기 위해 약속된 장소로 갔지만, 한 아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감이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  

   

"얘들아, 인영이 어딨어? 너 인영이랑 같은 모둠이지. 아까 4시에 연락했을 때 같이 있었잖아."

"네, 맞아요. 선생님. 그런데 인영이가 어디 들렸다 온다고 우리보고 먼저 가라고 했어요.“   

  

나는 곧 올 거라 믿으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걱정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버스 출발 시간이 다가왔지만 인영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내 방송으로 인영이를 애타게 찾기 시작했다. 

'나타나면 가만 안 둘 거야.' 하다가도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제발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기를.' 하며 걱정과 분노가 교차하는 감정 속에서 인영이가 얼른 나타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같은 학교에서 우주소년단을 담당하는 J 선생님에게 걸스카웃 나머지 아이들을 버스를 태워 보내고, 나는 홀로 케리비안베이에 남아 인영이를 기다렸다.     

계속되는 안내 방송에 드디어 인영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극도로 치솟았던 불안과 분노가 한꺼번에 가라앉으며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화낼 힘도 없었다. 인영이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 도대체 어디 갔었니? 선생님이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알아?"

"저, 제 친구 수진이가 엄마, 아빠랑 놀러 왔길래 같이 따라가서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인영이는 내 모습을 보며 그제야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깨달은 듯, 당황하고 미안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는 ‘오늘 내 생일이란 말이야.’하고 울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그래, 무사히 와서 다행이다. 정말 정말...... 다행이야.“     


인영이를 데리고 케리비안베이에서 나와 집으로 데려다주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가슴을 쓸어담으며 오늘 일어난 일을 되새겼다. 인영이를 집에 무사히 데려다준 후, 한 시간 반을 걸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피로와 슬픈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나의 오랜 친구들은 나 없는 나의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다. 전화기를 통해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나는 서러움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졌다. 그동안 쌓였던 긴장과 걱정, 속상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날 밤, 나는 내 생일이 이렇게 끝나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교사의 무게를 다시금 실감했다. 그래도 무사히 인영이를 찾은 것에 대한 안도감이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다음 생일엔 이런 일이 없기를, 그저 평온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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