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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라파 Jan 03. 2023

47살에 난임 30차! 나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나는 엄마가 될 거야!

   



난임 14년 차 나는 이제 아기를 포기할 나이이다. 매번 시험관 시술을 하는 나조차도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하나’를 수백 번이나 생각한다. 난자기능저하라는 난임원인을 가진 나는 과학적인 데이터가 말하는 시험관 성공확률은 0.3%도 채 되지 않는다. 정말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며칠 전 지인이 난임 조언을 해 주실 분을 소개해주셨다. 다른 지역에 있는 분이라 전화통화로 인사를 나누었다. 소개해준 언니의 말에 의하면 임신이 되는 비법을 알고 계신다고 했기에 기대되는 마음으로 메모까지 준비하고 통화를 했다.      


그분은 40대 후반으로 44살에 둘째를 시험관으로 낳으셨다고 한다. 첫째도 잘 들어서지 않아 8년의 기다림 끝에 자연임신으로 낳았고 둘째가 잘 생기지 않아 난임병원을 갔다고 한다.      


여기까지 귀를 곤두서서 듣다가 이분이 첫 번째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힘이 빠졌다.      

‘아~~ 이분 뭐야…. 한방에 되놓고선 지금 30차인 나에게 훈수를 두시는 거야….’     


다소 불편한 마음으로 전화를 이어갔다. 우선 아기를 가지기 위한 방법적인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가장 중요한 건 배를 따뜻하게 하는 건데 전자파 없는 현미 찜질팩 하기 그리고 채소, 생채 위주로 건강식을 챙겨 먹은 일련의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주셨다. 그다지 큰 정보가 아닌데라고 할 때쯤 그분이 나의 뇌를 강타하는 말씀을 하셨다.      


‘ 0 0 씨! 목소리에 너무 힘이 없어. 그렇게 축 처져 있으면 오려는 아기도 안 오겠어.’ 

    

무슨 말이야? 순간 마음속에 ‘당신이 시험관 30차에 실패해도 그 말이 나올까요? 나는 지금 죽지 못해 살고 있답니다’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처음 소개받은 분이라 속으로 나의 울분을 움켜잡은 채 전화통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분이 말씀하시길…….     


‘첫째를 8년 만에 낳고 4년 동안 사업을 했는데 모두 다 실패했어요. 너무 절망적인 상태에서 둘째를 낳기로 했어요. 결심한 그 순간부터 나는 속으로 외쳤어요 ’ 나는 내년에 엄마가 된다. 그리고 아들을 낳을 거야 ‘ 그렇게 선포하고 나 아들 낳았어요.(아주 자신 있는 목소리로….) 그 아들이 얼마나 잘 생겼는지 몰라요. 지금부터 선포하세요. 내년에 아기를 낳을 거라고…. 그렇게 기죽어 있으면 몸도 생기가 죽어요’    

 

다소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분이라 통화하면서 눌린 기분이 들었지만, 전화를 끊고 난 뒤에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나의 난임 기간 체념과 절망에 사로잡혀 있는 내가 보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 우울해 보여요. 무슨 일 있어요?’

그럴 때마다 그 사람 뺨을 갈기고 싶었다.      


‘당신이 이렇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술을 하고 실패를 한다면 웃고 다니겠어요?

우울증에 안 걸리고 이렇게 일상 생활 하는 게 기적이라고요’     


이렇게 외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녔다. 멀리서 조언을 해준 언니의 말에 나의 온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맞아! 안된 건 안 된 거고…. 이제 될 일을 생각하자. 30번 40번이라도 하면 되지!      




아기를 맞이하기 위해 내 생각도 긍정적으로 되어야 하지만 몸도 모두 긍정의 신호를 받아야 함을 깨달았다. 다소 과격한 언니의 대화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깨뜨리기로 했다.      


'나 내년에 엄마가 될 거야. 우리 신랑 닮은 남자 아기를 낳을 거야'  


2023년 시작하면서 나는 매일매일 선포한다. 그리고 ’ 기쁨’이라는 태명까지 지었다. 우리 가족에게도 기쁨의 존재가 되겠지만 매일매일 기쁘게 살아가는 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태명을 지었다.      

좀 전에 남편과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쁨이 아빠 오늘도 사무실에서 파이팅'    


우리는 서로를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47살에 난임 30차 나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반복되는 시술로 매달 카드값이 나를 옥죄지만 그런 것쯤이야 곧 일어날 기쁜 일에 비하면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     


지금도 병원 시험관 진행 중인 모든 분들에게 2023년 우리는 엄마가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지나간 실패는 묻어두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우리 선포해 보자. 기적이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엄마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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