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로운 노래> 인생의 터널을 지나며 선물로 받은 시간
오늘을 산다
누가 봐도 훤칠 자랐을 나무
잘려진 기둥만 봐도
적잖은 세월
든실하게 자랐다.
아무 예고도 없이
자신 의지와 상관없이
그날이 왔을 것이다.
그런데
하루하루
켜켜이 쌓여간 시간 속에
다시 풍성해졌다.
모습은 이전과 다르고
아픈 흔적은
그대로 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또 새로운 하루를 산다 .
어김없이 걷던 하루..
그날은 다른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걸었다.
무더워지는 계절의 초입이었고 한차례 비가 내려 교정 안에 나뭇잎이 연둣빛으로 생그럽게 빛났다.
가지가 무성해서 본래 모습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굵게 자란 가지가 잘려져 나갔고
새롭게 잎새 들이 자란 모습이었다.
꼭 내 모습 같았다. 눈썹, 머리털 다 빠져버린 내 모습과
부인할 수 없이 잘려나간 상처가 있고 환자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주어진 하루를
새로운 호흡으로 살아가면 된다고 나무는 몸소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암에 걸려 크게 아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프면서 그전과는 다른 내가 되었다는 거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나는 인생이라는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짧은지 깨달았다.
인생은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이다.
나는 이제라도 남은 인생을,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밀도 있게 만끽하며 살아야겠다.
무엇보다 새삼 깨달은 것은, 내가 암투병을 하며 보내는 이 시간도 소중한 인생의 한 순간이라는 점이다.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김은섭, 나무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