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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꽃 Oct 27. 2024

처음부터 길이었을까

<날마다 새로운 노래>  인생의 터널을 지나며 선물로 받은 시간


 

풀들이

꽃들이

무성했다.     


계절을 따라

새들이 오가고

개미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쉬지 않는 곳이었다.     


한 사람의 발길로 

시작되었다.   

       

사정이 있었겠지.    

새 발걸음을 내딛기까지는


풀들이 자리를 내어주었다.

지나는 이도 

적잖이 상처를 입었다.     


순조롭지 않았다.     


지금은 

당연히 누구나

지나는 길이 되었다.     


처음부터

길이었을까. 






어르신들 잠이 없어졌다고 새벽부터 움직이시듯

호르몬치료 때문인지 내가 딱 그 상황이다.

날씨와 상관없이 운동 겸 삶의 충전 겸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 

살결에 닿는 바람, 기지개 켜는 햇살을 만나면

그래, 이제 살거 같다. 


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에 운동화, 

양말을 벗고 조심스레 맨발로 디뎌본다. 

몇 바퀴 돌았더라... 했는데 발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 삶도 그렇겠지. 

나를 살리고 더불어 다른 이들의 삶을 위한 걷기를 계속 하고 싶다. ..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떼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살아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조선 후기 문인 이양연의 눈 덮인 들판.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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