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2026/01/12

by 나무느을보

47.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작은 상가건물이다. 그 건물의 허리 한 춤을 얻어서 십자가를 세웠다. 사람들은 적고 방음은 잘 되지 않는다. 밤이면 네온으로 새긴 붉은 십자가를 볼 수 있다. 적십자는 구세군의 상징이던가. 그러나 붉게 빛나는 십자가에 관해서는 모르겠다. 어린 시절 외갓집에 들렀다가 오는 차안에서 훌쩍이며 바라본 도심의 풍경에는 항상 붉은 십자가들이 있었다. 도심을 지나서도 서 있었고, 심지어 들녘뿐인 곳에도 그것은 같은 형태로 우뚝 서 있었다. 놀란 아이의 눈처럼 둥그런 달이 떠 있었고, 붉은 십자가들은 생체기의 반창고처럼 이리저리 나붙어 있었다. 그리고 도심의 주홍빛과 붉은 십자가의 빛이 어우러져 퍽 아름답다고 생각했더랬다.


외갓집이 자리한 대구에 들렀다가 오는 길은 언제나 밝은 도심 사이서 차가운 들판뿐인 단조로운 변화였다. 내심 어린 마음에 도심의 불빛을 두렵게 여겼을 수도 있다. 어쩌면 불빛보다도 많은 어른들이 모여 아옹다옹하는 모습이 그러했을 수도 있다. 비탈길에 세워진 외갓집은 바닥이 항상 차지만, 나는 그곳을 참 좋아했다.

내가 살던 시골동네는 밤낮의 기온차가 커서 아이들이 기침을 달고 일쑤였다. 어머니는 일을 마치고도 해수병에 걸린 아이들을 데리고서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고, 그 안에서도 붉은 십자가들은 자리하고 있었다. 퍽 지친 어머니의 눈과 한숨소리. 그리고 포근하게 안아주시던 품속에서도 나는 삼형제 중에 이제 누가 감기를 돌려받을까에 대해서 생각했고, 어머니는 웃으면서 “누구차례네.” 했지만 막막해 보였다. 이번엔 건너가면 좋으련만. 지난번에 형은 괜찮았잖아. 병원 의자서 도란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녹십자와 적십자가 번갈아가며 붙은 곳을 지나며 의미를 물었을 수도 있었다.


나의 기억 속에 도시와 붉은 네온 십자가는 서로 결부되어 자리한다. 차가운 바닥과 초록색 방수타르. 그리고 비탈길. 그 모든 곳엔 틈틈이 그 풍경이 있었다.


성가대의 목소리는 바이올린처럼 겹쳐졌다가 작은 무명실을 닮은 목소리가 겹쳐져 잘 빗어 넘긴 아이의 가느다란 머리칼처럼 되었을 적에 그것은 뚝하고 흩어졌다. 버스정류장 벤치에 몸을 떨던 나는 사람들이 바삐 다니는 모습이 반쯤 껍질을 벗은 플라타너스와 분간되지 않을 즈음에 바닥으로 시선을 옮겨 놓았다. 그 노랫소리를 더 듣고 싶었지만 곧 예배가 끝나는 11시였다. 작은 간판에 그리 쓰여 있었다. 9시 반부터 11시까지가 두 번째 예배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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