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2026/01/11

by 나무느을보

46.


아스팔트 사이를 훑고 지나는 바람소리에 또각또각 현관이 흔들린다. 눈 한번 감고 뜨는 사이 구름이 검지 마디만큼 손쉽게 움직였다. 상록나무의 우듬지가 깃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본다. 시선을 손아귀처럼 움킨 노인은 손바닥에 티밥을 묻혀 바닥에 던져놓았다. 비둘기들이 그것을 쪼다가 심드렁해질 즈음엔 그 일을 그만두었다. 눈에 띄지 않는 교량 아래이다. 그곳에는 항상 식탁 의자가 두개 을씨년스럽게 놓여있었다. ‘밤중에 의자 끄러놓지 말아라.’ ‘누가 와서 앉으라고. 외로운 혼백이 나앉지.’ 그리 말했던 게 누구였던가. 어머니였던가. 하긴 그 달리 누가 그런 말을 했을까.


교량 아래 그곳은 여름이면 범람한다. 진득한 흙탕이 들러붙어 부목들과 함께 하류의 큰 강으로 휩쓸려갈 것이다. 매해 그러지 않은 적이 없다. 한번은 막힌 수체구멍처럼 거무죽죽한 물들이 올라와서 산책로고 뭐고 폭풍처럼 쓸어놓던 적이 있었다. 가로등은 물결 따라 억새처럼 휘었기에 거리는 대대로 보수작업을 했다. 비가 멎고 마른 진흙을 쓸어내는 사람들로 바쁘던 가을 즈음에 새로운 의자가 다시 놓였다.


강바람은 돌다리를 깎아놓은 적이 있다. 높은 마천루라고 다를까. 나는 의자를 끌어놓고서 그 위에 얌전한 물건들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바람이 멎기를 기다렸다. 또각또각. 간판을 닮은 무엇인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았다.


켜켜이 쌓인 책들처럼 높은 아스팔트엔 사람들이 수납되어있다. 그 곳에선 사람들이 네모진 창 내부서 먹고 자고 씻고 밖을 나서기를 반복한다. 사람들 중 몇은 새벽잠을 설친다. 높은 콘크리트는 벌집이나 흰개미 집처럼 보인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생의 값을 떨어놓은 그 선반의 한 칸이 어떻게 소중하지 않을까. 수납된 사람들은 서서히 나이가 들고 굼떠 질 것이다. 비난할 수 없다. 모두가 그러한 선상에 있다. 이끌려들고 있다.


작은 컨베이어에 몸을 실었다. 서서히 이끌려든다. 저 구렁은 컴컴하고도 아득하다. 사람들은 눈을 돌린다. 그리고 바닥 아래를 구태여 굽어 살피려 하진 않는다. 성냥같이 조잡한 것들이 바쁘게 걷는 것을 본다. 다양한 걸음걸이다. 나는 의자를 끄러놓곤 어떤 외로운 혼백이 앉기를 기다렸다. 누군가 내 이마에 차가운 손을 얹지나 않을까. 스산한 바람이 불고, 그것은 목소리처럼 나직하게 울린다. 그 나직함이 어깨를 떨게 만든다.


어깨는 작은 딱정벌레처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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