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0
45.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리를 찾는다. 얼룩고양이 한마리가 건물 틈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구겨 넣는 장면이 오버랩된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틔우고 사람들은 조금은 개운해진 표정을 짓는다. 일상 중에 가져다 놓은 흠집들을 한 테에 모아 구기면 그것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워 지곤 한다. 그것들은 날카롭기에 서로에게 마찰을 거듭하여 무뎌놓아야만 한다. 그래야 속이 베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이 연약하고도 날카로운 피막이 그들을 상처투성이로 만들고 피를 토하기 일쑤다.
벽면으로 고개를 기울인다. 아름다운 연인이 눈에 들고 그들은 퍽 사랑스럽다. 하지만 한 손님의 눈초리는 그러하지 못하다. 그에게는 결함이 있다. 분명 단단한 외피가 안쪽으로 구기면서 생긴 상처가 그것이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찌르는 통증을 느꼈다. 고로 그는 주기적으로 가시를 뱉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바삐 움직이는 발길의 마모 끝에 손님도 마음을 누그러뜨릴지 몰랐다. 아름다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보는 법을 익히고 있다. 고양이처럼 좁은 틈 사이에 유연한 몸을 구겨 넣고는 마음을 잠재우는 법에 대해 골몰한다. 쉽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이다. 그의 가시는 무소의 쇠뿔처럼 단단하다.
손님은 멈추어 서서 자신의 이마에 뿔이 돋지 않았는지 살폈다. 그는 나의 분신이다. 아무런 변화조차 없는 낮고 좁은 이마가 눈썹 털 사이서 묵정밭처럼 매만져졌다. 그는 홀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만날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 강박적으로 되새기는 소외를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나의 눈에 그는 단단한 발을 디디는 무소처럼 보였다.
곧 무소는 걷는다. 두터운 발로 광야를 걷는다. 바위땅을 이기고 차가운 북쪽의 땅으로 그는 향한다. 그가 사라지는 장면을 보며 어떤 이들의 모서리는 결코 무뎌지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지 모른다.
얼룩고양이 한마리가 건물의 틈에서 유연하게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그처럼 구푸리는 법을 모른다. 어깨를 굽히고 다시 유연하게 피고 꼿꼿하게 걷는 법을 모른다. 고로 구부러지는 순간 고목처럼 굳게 된다. 나무와 같이. 본래 오랜 시간을 나는 것들이 그렇다. 나는 나의 분신과 같이 좁은 이마를 지녔다. 이마 안쪽에 원숭이처럼 가마가 붙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