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매캐함 속을 동그랗게 비춰 주는 가스 랜턴 밑으로 삼삼오오의 술잔들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길게 뻗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지만 먼저 앉아 있던 손님들로 인해 엉덩이는 먼발치에서 천막의 안쪽 습기와 맞닿을 정도다. 조심스레 의자를 몸 쪽으로 당기자 옆 손님들이 그제야 아래위로 훑어보며 자기네들의 엉덩이를 들어준다. 감사합니다로 답을 하고 이내 주인 아지매와 눈을 맞춘다
"자불래미 아지매"~~
꼼장어랑 소주 주면 되제?
아지매 맛있게 꾸버 주이소
쪼매만 기다리거레이~
말씀을 마친 아지매는 소주 한병이랑 홍합 한 그릇을 후딱 내어 주신다
우리는 포장마차 기둥에 달려 있는 병따개로 소주 뚜껑을 따고 검지와 중지를 벌려 병 대가리를 한방 때려 사카린을 뿌려낸다. 그리곤 조금만 힘을 주면 찌그러들 듯한 얇은 플라스틱 잔에 한잔 가득히 따르고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씁쓸한 입 속으로 성급히 털어 넣는다
큼지막한 홍합을 골라 먹은 후 뚜껑으로 국물을 먹어 주니 또 한잔 생각난다
그 사이 포장마차 뒤쪽에선 벌겋게 달아 오른 연탄불에 꼼장어가 맛있게 익어 가는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