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신혼 이혼, 나의 소소한 반격
네가 후회했으면 좋겠어
집나간 예비 전남편은 정말 이혼이 빨리 하고싶은 모양이다.
몇번 안되는 만남 동안 줄기차게, 이혼 신청이라도 먼저 하자고 나를 설득했다.
그동안 나는 돈 얘기 하는게 너무 너무 싫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내 휴대폰 속에는 너와 찍은 사진들, 너의 사랑 고백들, 함께했던 일상의 평온함이 그대로 남아있단 말이다.
나는 차마 지울 수가 없어서 문자 카톡 사진들을 남겨둔 내가 싫고,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말을 하는 사람이 너라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느새 네가 내거 나누는 관계가 되버린게, 참.
그래서 나는, 네맘도 갈기갈기 찢어지길 바랬다. 그래서 돈얘기를 할 용기도 냈다.
이혼 조건을 내걸었다. 우리의 재산 2/3을 내가 가질 것.
그는 격분했고 황당해했다. 황당해하는 네가 나는 황당했다. 100% 유책 배우자에게 1/3이라도 넘겨주는게 어디지?
그는 법정 위자료를 들먹이며, 소송을 가도 2-3천만원이 최대 위자료인데 내 요구사항은 너무 심하다고, 내게 따졌다. 그 거부에 그의 부모도 합세했다. 그들은 내가 본이래 가장 똘똘 뭉쳐 있었다.
이혼을 선택한 순간은 마치 폭탄 꼭대기에 불을 붙이는것과 같아서, 지금껏 다져놓은 우리의 일상과 함께 경제적 기반이 쪼개진다. 그사람도, 나도, 예전만큼 삶의 질이 좋을 수는 없는거다. 나도 우리가 살았던 집을 현실적으로 이자를 감당하며 혼자 지킬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그는 본인이 이혼하자고하면 내가 냉큼 좋아 모든걸 팔아 반으로 나누자, 라고 할 줄 알았나보다.
나는 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라도 타격을 입히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혼만 해주면 될것처럼 당당했던 그는 나를 설득하기에 바빠졌다. 동동거리는 꼴을 보니, 그는 이혼은 당장 하고싶지만, 손해는 보고싶지 않은 듯 했다.
나는 우습지도 않았다. 슬펐다. 이렇게 파국을 맞이한 우리가. 너의 밑바닥을 지켜보면서도 마음 아파하는 내가. 내 주변 사람들이 너를 욕하는걸 듣는게 괴롭다.
최선을 다해 모진말을 골라 하고서도, 밥 잘챙겨먹고 다녀 건강해야 계속 미워할 수 있지,라며 별 같잖은 드라마를 찍는 내 꼬라지가 비참하고 슬프다.
그는 내가 이혼에 협조적으로 나올 때면, 마치 상을 주듯 다정한 말을 조금씩 던졌다. 굳게 맘먹은 나를 조련하듯, 그간의 진심을 좀 섞어서, 건강하라며. 조심히 내려가라며.
그러면서 말을 조금씩 바꿨다.
이렇게하면 너는 손해볼것 없으니 배려를 해달라, 집에 말못할 사정이 생겨 돈이 필요하다. 내가 단호하게 나가려 노력할 때마다 교묘하게 내게 죄책감을 심어주며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갔다. 나를 멸시하던 시아버지가 무슨 돈 필요한 일이 생긴건지, 그 좋아한다는 여자와 무슨 일이 생긴건지, 궁금해도 묻지 않았다. 네 사정이잖아. 너는 내 사정 봐가며 이혼하자고했니?
삶은 아주 위태로운 것임을 알것 같다.
우리 가족은 평화로웠다. 그가 갑자기 냉랭해져서 내가 이상함을 느낀 그 한달 전에는 서로의 고민을 모른채 하는, 소통 없는 부부도 아니었다. 언제든 기꺼이 너의 편이 되어줄 서로였다. 그또한 한순간에 무너질 평화인줄은 이제야 알게되었다.
세상에 모든 사랑은 변하는것 같다. 그나마 확실한건 부모의 자식에대한 사랑 아닐까. 온전히 나만 아껴주던 그사람의 배신 앞에서 허무함에 허우적대며, 그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는 조건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정신줄 잡고 그에게 복수 하고있다. 그러나 내가 이혼 숙려기간 중이라는건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