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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신혼 이혼 후, 난 아직도 운다.

바람 피우는 느낌이란

by 소금빵 Jan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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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 사무실 동료들 모두 각자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회사를 떠났다. 호기심이 많 내 상사는 왜 남편 있는 서울에 안가냐고, 남편얘기는 왜 안하냐고 넌지시 나를 떠보았다. 그는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나와 가까운 선후배에게 가 아무래도 남편과 무슨 일이 있는 같은데 아는것 없냐 물어보았단다. 그의 값싼 호기심을 해결해주기위해 내 상처를 내가 헤집어가며 친절하게 설명해줄 마음은 없어서 웃음으로 떼웠다. 사람에 치이고 숨는다. 지쳐 긴 한숨이 나왔다.


크리스마스에 교회도 안갔다. 요즘 교회에 가기가 싫다. 그와 같이 참석했던 예배. 너무나도 추웠던 날, 혼자 새벽기도에 가 기도하 절박한 마음. 좋았던 시간과 비참했던 . 오늘 일처럼 생생한 기억들이 내 마음을 어렵게 한다.


크리스마스, 큰 용기를 내서 잘 알지 못하는 남자와 점심을 먹었다. 다 잊은척 쿨하고싶었다. 나를 버린 남편을 잊고 나도 앞으로 나가보려고. 할 수 있을것 같았고, 사실 나 자신을 여자로서 존중하기위해 뭐라도 해야할것 같았다. 용기를 있는데로 끌어모아 세상으로 나갔다.


현실은, 고문이 따로 없었다.

매순간 불안했다. 차를 타고 나가 같이 밥을 먹을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선 사람과의 대화가 전혀 설레지 않았다. 온 신경이 곤두섰다.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불편했다.

그는 잘못이 없었다. 좀 더 같이 있으며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더 알아가길 원했다. 그런데 나는 미치도 도망치고싶었다. 아, 내가 치기에 괜한 짓을 벌였구나 후회했다. 뱃속에서 뭔지 모를 어두운 감정이 글거렸고 뭔가가 계속 두려웠다. 왜이렇게 불안하지, 간신히 예의를 차리고 도망치다시피 자리를 빠져나오며,  나이가 몇갠데 다른 남자와 밥한끼 먹는게 이렇게까지 불안할 일인가 싶다가  허무해졌다.


나에게 전남편만 사랑 지난 7년간의 습관이 절여져있었다. 모르는 남자를 만나 휴일의 한자락을 함께 보내는 것이, 내가 그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 았다. 내 마음은 아직도 남편에게 있었다. 나는 이혼했는데,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것만 같은 착각이 이 불편과 불안의 원인이었다.


너는 이 짓을 어떻게 했을까.


그 여자와의 시간이 정말 렜을까.

내 생각이 정말 안났을까.

내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을 이성으로 본다는게 이토록 혐오스러운 일인데, 너는 이 감정을 어떻게 들춰내 인정하고 계속할 수 있었까.


나는 비탄스럽다. 너는 했는데, 나는 왜 못하는걸까.


나는 아직도, 요즘도 운다. 내가 배우자에게 준 믿음은 호구짓이 되어버렸다.  마음을 있는대로 퍼서 그에게 줘버렸는데, 어디다 버렸는지 되찾을 길이 가늠이 안된다.


물론 안다. 이렇게 아파하는 내가 손해라는걸. 잊고 잘사는게 최고의 복수라는걸 잘 안다. 근데 이혼은 그냥 이별과 무게가 달랐다. 사람들이 다니는 문밖으로 나서 별일 없는듯 같이 숨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차 안에서 서럽게 울었다. 거지같게도, 나는 아직도 나를 이렇게 이만큼 아프게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너무나 슬프고 외로웠다. 퉁퉁 부은 얼굴로 차 안에 휴지가 없단걸 알았다. 그 많던 휴지를 몇달간 차에서 우느라 다 써버렸다.


때마침 전화가 울렸다. 시덥잖은 소리를 하려고 전화했던 내 소꿉친구는 내가 엉엉 우는데 깜짝 놀라 대체 무슨 일이냐 물었다. 너무 비참하고 너무 괴롭다는 나를, 그녀가 어른스럽게 다독여주었다. 괜찮아, 처음이라서 그래. 나아질거야. 오늘 시도했으니 다음엔 덜 불편할거야. 이런 이별이 처음이어서 그래. 정말 괜찮아..


가까운 사람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받아놓고, 요즘 나를 살게하는 힘은 주변 사람들의 진심 어린 위로와 관심이다.


내 삶을 통째로 들고 내려온 제주는 요즘 동백꽃이 만발해서 참 예쁘다. 좋은걸 볼때면, 먹고 마실 때면, 행복했던 우리가 떠올라 머리를 흔들어가며 잊어본다. 과거에 목 메어도 추억은 힘이 없지, 오늘은, 더 어떻게 행복할지 먼저 생각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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