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혼 이혼, 지옥문이 열렸다.
남편이 재산분할 요구사항을 보내왔다.
3주가 지났다.
아빠의 생일날에 맞춰 돌아오는 가족 여행을 계획 했었는데, 나는 둘도 없는 불효녀가 되고 말았다.
울다가 눈물닦고 멀쩡한척 하려고 애쓰면서 샀던 케이크 앞에서, 난생 처음 아빠는 초불지 말자, 사진도 찍지 말자, 하며 아픈 속을 드러냈다.
남편이 카톡으로 재산분할 요구사항을 보냈다.
여행에서 좀 일찍 올라와 시간이 남아서 병원을 다녀왔는데 나오다 카톡을 확인하고, 읽다가 길거리에서 손이 덜덜 떨려왔다.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 아니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구석에 가서 전화를 걸었다.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아직도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몇달간 이혼을 준비했다면서 내 일상을 빼앗고 돈을 달라고 할 생각을 품은 남편이 잘 먹고는 있는지 걱정하고 있는 나에게
너때문에 인생이 망해버린 나에게, 약 없이 잠도 못자는 나에게
너는 멀쩡히 출근하며 어떻게 이렇게 조목조목 따져가며 너의 권리 네 몫의 돈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나에게는 이혼할 이유도 잘못도 없어서 나는 이혼하지 않겠다고 이렇게 이혼하지 말고 쭉 한번 살아보자고 쏘아붙이며 울었다.
하루 아침에 내 마음이 버려졌다.
누가 심장을 칼로 깊숙이 천천히 쑤시는것만 같다.
멀쩡하다가도 가슴이 아파 숨을 쉴 수 없는, 살아있는 아픔 속에서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괴로워 하고 있다.
아빠는 네 잘못이 아니니, 힘을 내라고 했지만 나는 부모님 마음을 이렇게 상하게 한 죄많은 딸이 되어버렸다.
지난 7년간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평생의 동반자라고, 결혼을 하겠다고 선택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시간이 지날 수록 놀라운, 어안이 벙벙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너를 사랑하면서 너에게 사랑 받으면서 참 행복했었는데, 댓가가 이런 거였더라면 나는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다. 있는정 없는정 다 떨어져, 보고싶고 애달팠던 사랑이 분노가 되어버렸다.
너는 건조하게, 자기 잘못을 안다고,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미안한 사람이라면 나와 내 가족에게 이렇게 더 상처를 줄 수는 없어.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보던지 말던지 비를 맞으며 울었다. 망해버린 내 인생 어떡하냐고..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좀 더 늘렸다.
하루종일 불안해 떨었던 손이 진정이 되고 터질것 같던 심장이 제 속도를 찾으면서 그냥 한없이 공허하다.
앞으로 사람을 어떻게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이게 내 인생이라니, 현실감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사랑은 모든것 감싸주고 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사랑은 영원토록 변함없네.....
내가 뭘 잘못한걸까.